무섭게 성장한 인공지능, 바둑까지 내줬다
- 구글 알파고, 186수만에 이세돌 9단에 불계승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퀴즈에 이어 체스, 이젠 바둑까지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이겼다. 9일 이세돌 9단(흑)과 알파고 간 대결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결론이 났다. 흑 186수만이다.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중계 현장은 충격에 빠졌다. 해설을 맡은 김승룡 9단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놀라운 것은 중계 현장에서도 중간 집계산이 있기 전까지 이 9단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김 9단은 중간 집계산에 나선 이후 말문을 잠시 닫았다. 그는 “아직 승부가 오리무중”이라고 말한 뒤 다시 집계산에 나섰고 곧 이어 “이 9단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127수째 이 9단이 기권하면서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됐다. 부분전에선 이 9단이 유리했다. 알파고가 이 9단을 압도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가운데 집계산을 해보니 이 9단이 밀려있던 것이다. 김 9단이 놀라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김 9단은 “왜 이렇게 됐지”하면서도 “알파고가 깔끔하게 이겼다”고 평했다.
◆대국 초반 “알파고, 왜 이렇게 잘 두나”…어이없는 실수하기도=이날 대국 초반부 현장은 알파고의 기력에 다들 놀란 분위기였다.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왜 이렇게 잘 두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충격적이다”라며 알파고의 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김 9단은 오후 2시를 넘겼을 때 “현재까지 모습은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세돌 9단과 저한텐 꽤나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건 분명하다. 방심할 수 없다. 가볍게 이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알파고가 결정적인 순간(백 90수)에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김 9단은 어느 정도 실수냐의 질문에 “프로한텐 터무니없는 수”라며 “이 마지막 수로 인해서 80수부터 다 이상해졌다”고 답했다. 백 90수에 대해 거듭 해설을 요청하자 김 9단은 “한마디로 미쳤다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9단도 실수를 했다. 그러나 알파고의 경우처럼 “미쳤다” 정도의 어이없는 착수는 아니었다. 김 9단은 “눈에 띄는 실수”정도로 평했다.
이 9단이 오후 3시를 넘겨 승부를 걸었다가 3시 25분께 장고에 빠지기도 했다. 알파고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다. 김 9단은 “(이 9단이) 큰일 나는 줄 알았다”며 위기였던 순간을 전했다.
김 9단은 “알파고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이 9단이 한번만 걸리면 나락으로 떨어질거 같다”고 중간 대치 상황을 전했다.
◆충격에 휩싸인 현장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읽는다면…”=중계 현장이 충격에 빠진 이유는 이 9단이 유리한 것처럼 보였는데도 알파고가 이겼다는 것이다. 이는 직관에 따른 판단이다. 이 부분은 인간의 영역이라 확신했고 알파고가 넘지 못할 고지로도 비쳐졌다.
그러나 이날 대국의 결과로 인공지능이 직관의 영역마저 넘어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현장에선 중간 집계산 결과가 나오고, 곧 이어 알파고의 불계승이 확정되자 ‘설마 하는 추측’이 제기됐다. 알파고가 대국 전체의 판세를 읽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부분전에서 이 9단이 분명 유리한 상황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알파고가 적지 않은 집차이로 이긴 것이 이유다.
김 9단은 “저는 부분적으로 보고 알파고가 전체를 봤을 수 있다”며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묻자 김 9단은 “지금 보니 알파고는 부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에서 이길 수 있다면 그길로 간다는 것”이라며 “사람이 하기엔 불가능한 부분이다. (이걸 보기엔) 경우의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9단이 유리하다고 했던 것은 감(직관)으로 아는 것”이라며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봤는데 (만약 알파고가 전체를 볼 수 있었다면) 이 9단이 (실수 없이) 정확하게 뒀어도 지지 않았겠나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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