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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5대0으로 이기겠지만 1~2년 후는 모르겠다”

이대호
이세돌 9단이 2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에서 화상연결 중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손을 맞대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2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에서 화상연결 중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손을 맞대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오는 3월 9일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기의 대결을 벌인다. 하루에 한 경기씩, 5번의 대국이 예정돼 있다.

이세돌 9단은 2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을 통해 “(인공지능이) 아직은 저와 승부를 논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해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방심하진 않는다”면서도 “아직은 (판후이 2단을 이긴 후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발전하기에) 시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가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3대2 이런 것이 아니라 5대0이나 4대1 이런 정도로 (승부를)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9단도 알파고와 1~2년 뒤 승부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한다면 (그래서) 1~2년 후에 둔다면 그 때는 알 수 없는 승부가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또 이 9단은 이번 대국을 승낙하기까지 과정에 대한 질문에 “설득(과정) 그런 건 없었다”며 “솔직히 알파고가 정말 궁금했다. (대국을)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5분 정도 생각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알파고는 인간이 두는 방식대로 배운다” = 알파고는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 2가지 신경계를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책망이 다음 움직임을 예측(탐색DB 축소, 경우의 수를 줄여 10만개 정도만 평가)하고 가치망이 각각의 수의 승률을 평가, 그 중 성공적인 수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알파고는 3000만회 바둑을 두면서 강화학습을 거쳤다. 그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것이 알파고의 AI다.

이에 대해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스스로 학습해나가는 접근법을 채택했다”며 “결국은 인간이 두는 방식대로 바둑을 배우게끔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시비스 CEO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런 방식을 통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평가기능을 구축하게 됐다”며 “범용적인 개발을 통해 단기적으론 스마트폰을 더욱 지능화, 유익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알파고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알파고가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모델링과 질병분석치료 등 인류의 실질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기의 바둑 대결, 어떻게 진행되나 = 이번 브리핑에서는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와 이세돌 9단이 참석했으며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최고경영자(CEO)가 화상 연결을 통해 대국 장소 및 시간, 대국 규칙, 생중계 방식 등 대국 진행과 관련된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회 대국으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이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10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전 경기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오후 1시에 진행된다. ▲1국: 3월 9일(수) ▲2국: 3월 10일(목) ▲3국: 3월 12일(토) ▲4국: 3월 13일(일) ▲5국: 3월 15일(화)이 예정돼 있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또한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의 전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바둑 TV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TV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챌린지 전 경기는 영어와 한국어 공식 해설이 각각 진행된다. 영어 해설은 500번의 프로 대국에서 승리하며 서양인 중 유일하게 프로 9단을 획득한 마이클 레드먼드(Michael Redmond) 9단이 담당하며, 한국어 해설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현 국가대표팀 감독 유창혁 9단을 비롯하여 김성룡 9단, 송태곤 9단,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바둑이 이렇게 관심받은 적 있었나” =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본격적인 브리핑에 앞서 “바둑 5000년 역사 중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적은 처음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브리핑이 열리는 한국기원 대국장엔 100명이 훌쩍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박 부총재는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이겼던 경기를 들어 “최종관문을 통과해 바둑이라는 성채에 바짝 다가왔다”며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새로운 고비를 맞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는 “이번 대결은 인간과 기계가 지능을 겨루는 첫 무대인 만큼 전 인류적인 관심사”라며 “이번만큼은 이세돌 9단이 이겨서 인간의 뛰어난 지성을 보여주고 바둑이 지닌 신비함을 남겨두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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