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금융상품의 실패, 되풀이될 가능성은?… “디지털뱅크 전략에 달렸다”
‘미래금융’이 화두입니다. ‘핀테크’의 확산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비대면채널의 확산으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스마트금융 분야의 최고 전문가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우리FIS 김종완 상임고문(사진)을 지상(紙上)으로 초대해 ‘스마트뱅킹과 미래금융’ 전략을 주제로 깊이있는 얘기를 듣고자 합니다.
김 고문은 지난 30여년간 은행의 현업과 전자금융, ICT 부서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터넷전문은행’ 박사(2009년 학위 취득)이기도 합니다.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핵심 이슈들과 관련한 주제를 중심으로 4~5회에 걸쳐 대담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김종완 우리FIS 상임고문 약력
- 우리은행 e-com 센터장(2001), 본점영업본부장, 채널지원단장(2011). CIO및 CISO (2013), 우리FIS 대표이사 사장(2014~2015), 우리FIS 상임고문(2016~현재) / 헬싱키 경영경제대학원 Executive MBA(e-커머스 전공, 2006) 숭실대 경영학 박사(디지털경영, 2009), 한국IT서비스학회 부회장(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김 고문은 “15년전부터 이율이 좋은 e뱅킹 전용 금융상품들이 출시됐지만 전체 금융상품 판매액의 약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흥행에는 실패했다”며 “기본적으로 디지털채널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비대면채널을 급속하게 확장시키고 있는 금융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고문은 “비대면채널에서의 고객 전략이 미흡했기때문에 비대며채널 고객군에 대한 별도의 성과평가나 실적평가,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고문은 “최근 모바일은행 서비스 등 비대면채널의 서비스 수준이 많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디지털뱅크 전략이 바뀌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즉, 디지털뱅크 전략이 부실하면 과거 e금융상품처럼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다음은 김종완 고문과의 일문일답.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은행권에서는‘ e-뱅킹 전용’ 금융상품이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고객들은 외면했고 시장 활성화에는 실패했습니다. 편리하고 이율도 좋았는데 실패한 원인은 무엇입니까?
- 1999년 하반기 우리나라에 인터넷뱅킹서비스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후 약 15년여에 걸쳐 비대면채널을 통한 디지털금융 거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대형 은행의 비대면 채널 거래비중은 조회의 경우 85%, 입출금의 경우 CD, ATM 거래까지 포함하면 무려 90%에 육박할 정도로 비대면채널의 거래비중이 영업점 거래를 압도할 정도로 확대돼 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비대면채널에서의 금융 상품의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액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은행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인터넷뱅킹의 수익비중 또한 2%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반 은행원이나 금융전문가에게 이러한 숫자를 제시하면 대부분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생각했던 거 보다 너무 저조하다는 것이죠.
이는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비대면채널에서의 상품판매 및 수익성 제고 전략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게 아니면 비대면 채널을 수익을 내기위한 비즈니스 혁신 채널이 아닌 단순한 고객편의를 위한 서비스 제공 채널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5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금융 인프라가 꾸준히 발전해온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상품 판매와 수익성 제고에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은행들의 디지털 채널 전략이 부재했거나 다분히 소극적이었기 떄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금리조건에도 불구하고 e-뱅킹 전용상품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은행권 또는 2금융권에서 제시된 e-뱅킹 전용상품들은 한시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거나 약간의 금리우대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만으론 부족했습니다. 부대서비스나 기타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비대면 채널 마케팅 전략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존 은행들의 사업본부 조직에 있어서도 비대면 채널을 영업채널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기존 영업채널의 보조채널 정도로 생각하고 전략을 수립한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현재 고객 분류를 보면 개인고객, 기업고객, 중소기업고객, 기관고객 등으로 고객 군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거래를 비대면채널에서 처리하며 실질적인 디지털관리(digital care)가 필요한 고객(e-customer)에 대한 고객 분류는 단순히 개인 고객군의 범주 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즉, 대면채널에서의 거래를 중심으로 부대적인 거래가 수반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개인고객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성과평가나 실적평가,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상품판매 성과 측정과 제고 방안 등이 거의 전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지난 15년간의 지속적인 e뱅킹 채널기반의 거래 비중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적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디지털 채널에서의 마케팅 전략의 부재와 비즈니스 성과의 미비함은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강력한 도전과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대비해 기존 은행들이 이제는 보다 혁신적으로 디지털채널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의 은행들과는 달리 오프라인 채널 없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비대면 채널에서만 판매하고 제공해야합니다. 결국 기존의 은행들과는 달리 사활을 건 비대면 채널에서의 마케팅 전략과 수익성제고 방안을 마련해 시장 진입을 꾀하려 할 것입니다. 기존 은행권의 시장을 잠식해올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떄문에 은행들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대비한 혁신적인 모바일은행 서비스를 앞 다투어 내놓고 이를 보다 고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긍정적이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유보적입니다. 비록 모바일은행 서비스에 새로운 관심과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디지털고객 및 상품, 서비스 전략이 체계적이고 획기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디지털채널 전략을 위한 근본적인 고객 분류와 조직개편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실질적인 상품과 수익창출의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진입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느냐는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박기록 기자>rock@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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