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11주년/반도체·디스플레이②] 미세공정 한계, 소재로 극복하다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반도체 미세공정 개선이 어려워진 기술적인 이유는 개선되지 않는 노광 장비 탓이 크다. 그동안 반도체 성능이 크게 발전할 수 있던 원동력은 회로의 선폭을 작게 그릴 수 있던 덕분이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칩의 수가 늘어나고 전력소비량은 줄어들며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내장할 수 있어 성능이 높아진다. 이래저래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얻는 것이 많았다.

문제는 회로 선폭이 오밀조밀할수록 회로를 그리는 리소그래피, 그러니까 금속으로 설계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에 빛을 뿌리고 감광액이 도포된 웨이퍼로 전사돼 회로 패턴이 형성되는 일련의 과정인 노광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말 그대로 정밀하게 회로를 그리려면 빛이 그만큼 얇아야 해상력을 높일 수 있는데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이제껏 개구수(numerical aperture, NA)가 높은 큰 렌즈를 사용하거나, 짧은 파장의 광원을 이용해왔지만 이제는 이 정도로는 10나노 이하 반도체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물론 몇 가지 돌파구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번에 걸쳐 패터닝을 하는 멀티 패터닝 기법이다. 여러 번 그림을 나눠서 그린다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이런 멀티 패터닝은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텔은 쿼드러플 패터닝으로 게이트 간격이 7나노대인 칩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만큼 칩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원가자체가 비싸므로 전방산업에 끼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PC와 스마트폰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해왔다. 성능이 높아진 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판매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노광 장비는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으로의 진화와 함께 소재를 통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소재는 최근 반도체 한계돌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설계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시높시스 아트 드 제우스 회장은 “이제까지 반도체 미세공정에 있어서 노광이 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소재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엔지니어링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평면 구조의 반도체에서 수직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으며 5~10년까지 5나노는 경제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는 구리를 비롯해 텅스텐, 코발트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런 소재를 보호하면서도 세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강유전체와 같이 외부에서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아도 전기적 분극을 유지하는 자성, 말 그대로 강유전성(Ferroelectric)을 가진 재료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셀에 이용하는 강유전체 재료로는 주로 ‘티탄산 지르콘산 연(PbZrTiO3, PZT)’이 주로 사용되다가 하프늄(Hf)과 산소(O)을 결합한 산화하프늄(HfO2)이 생각보다 괜찮은 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다. 게르마늄(Ge), 안티모니(Sb), 텔루늄(Te)이 결합된 ‘게르마늄 안티몬 텔룰라이드(Ge2Sb2Te5, GST)’ 등을 활용한 ‘상(相)’ 변화 물질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소재가 핵심=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소재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대로 넘어가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OLED는 전류가 이동하는 공통층과 빛을 내는 발광층 등으로 구성된다. 발광층 재료는 특성에 따라 형광(螢光)과 인광(燐光)으로 구분된다. 인광(phosphorescence, 燐光)이란 물체에 빛을 쬔 후 빛을 제거해도 장시간 빛을 내는 현상 또는 그 빛을 말한다. 인광 방식 재료는 기존 형광 재료 대비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효율이 4배나 높다. 정공수송층(HTL)이나 전자수송층(ETL)과 같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소재보다는 OLED의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발광층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필요상 상황이다.

발광층 시장은 진입장벽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특허 문제가 가장 큰 것이 걸림돌이다. 발광층은 색을 발현하는 호스트, 그리고 호스트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도판트로 나뉜다. 특히 도판트에 따라 OLED의 성능과 수명이 크게 좌우되고 있는데 블루(청색)가 골칫덩이다. 열이 많이 나는데다가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으니 OLED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전 세계에서 사용될 OLED 발광재료 수요는 약 38톤으로 관측된다. 이 중 한국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OLED 발광재료양은 전체 수요의 93%에 달하는 약 36톤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양만 전 세계 93%라는 얘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체 수요의 64%, LG디스플레이가 29%의 비중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시장 규모 6억7700만달러 중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BOE 등 주요 중국 패널 업체도 AMOLED 양산라인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어 2017년부터는 중국의 발광재료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OLED 발광재료 수요 중 중국의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한국의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애플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애플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OLED를 채용할 경우 그만큼 발광재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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