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주도권 내준 삼성SDS, 새성장 동력은 어디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클라우드 업체인 ‘조이언트(Joyent)’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삼성그룹 내 IT서비스를 담당하는 삼성SDS의 역할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의 IT 인프라 운영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주도권이 삼성전자로 집중되면서 삼성SDS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 IT인프라 클라우드로 전환 본격화, 삼성SDS의 역할은?=클라우드 컴퓨팅은 국내 IT서비스 업체 대부분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거나 준비 중인 분야다.
그동안 국내에선 LG CNS가 적극적으로 개척해왔던 이 시장은 현재 SK주식회사 C&C가 ‘클라우드 제트(Cloud Z)’브랜드를 중심으로 IBM과 알리바바 등과 협력하면서 다시 새로운 판이 짜여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독자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의 ‘엘클라우드’와 KT와 협업하고 있는 KTDS가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국내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보다는 아마존웹서비스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업체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개하는 ‘클라우드 브로커리지 서비스(CB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그룹 계열사의 IT인프라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클라우드는 IT서비스업체들에게 외부 사업의 기회인 동시에 내부 계열사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외 사업이 활발해지고 각 해외 계열사 및 협력사와의 연계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커버하는 클라우드를 통한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전자의 조이언트 인수는 삼성전자 자체적인 노림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삼성그룹의 IT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삼성SDS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클라우드 역량 확보 불투명 = 이미 삼성SDS는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해오던 물류BPO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 물류 외 사업부문에서도 고객의 지속적인 IT비용 효율화 요구, IoT, 빅데이터 등 IT 신기술의 출현,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와 같은 새로운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 등 국내외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고 얘기하지만 기업의 IT인프라 환경이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S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아마존웹서비스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 삼성SDS의 클라우드 서비스 전략이 상대적으로 빛을 바랜 상황이며 삼성SDS의 물류 BPO 사업마저도 아마존웹서비스를 통한 운영 검토가 진행되는 등 그룹의 내외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11월 상장 당시 삼성SDS 대표였던 전동수 사장이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탈리티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뚜렷한 기술 확보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2014년 이후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1%대에서 2%대로 증가하고 해외 특허출원 건수가 증가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위한 내부 역량 확보는 꾸준히 추진해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클라우드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한 최적의 아키텍처 기술 연구와 클라우드 플랫폼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조이언트를 인수하면서 삼성SDS가 보유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성과를 단번에 뛰어넘는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조이언트 인수 의미는? = 현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조이언트 인수에 대해 삼성페이의 미주 지역 서비스 등 당장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응과 장기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를 대체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이언트는 ‘스마트OS’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다가 특정 지역으로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미리 설정된 다른 OS로 변경이 되는 기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KNOX 어플리케이션으로 특정 지역에서 카메라 작동 금지 기능을 쓰고 있는데 애플리케이션단에서 타 애플리케이션과 호환 및 버전 차이로 작동되지 않거나 통제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KNOX 프로그램이 점점 커지는 현상이 있다”며 “ 조이언트의 스마트OS를 적용하면 프로그램이 커지는 염려 없이 OS단에서 새로 설치되는 어플리케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이언트가 북미 시장에서 중소규모 리테일 시장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현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대형 유통사업자를 제외하고도 중소형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접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마존웹서비스를 대체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만큼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클라우드 운영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접 대외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기술이 확보되고 삼성 그룹사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전개해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기존 클라우드 시스템은 운영체제(OS) 위에 하이퍼바이저를 올려서 그 위에 게스트 운영체제(Guest OS)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조이언트 기술을 적용하면 하이퍼바이저를 올리지 않고 그 위에 Gust OS를 설치할 필요 없이 ‘컨테이너’를 통해 바로 어플리케이션을 올려서 사용할 수 있다.
조이언트가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 컨테이너 기반 클라우드로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통하면 장기적으로 AWS가 제공하던 하이퍼바이저를 대체할 수도 있어 AWS를 대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주도권 내준 삼성SDS, 향후 역할은?=조이언트가 지난 2004년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해온 만큼 삼성SDS가 자체적으로 쌓아온 기술과 역량과는 차별화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 데이터센터 운영에 있어 주목할 만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도커(Docker)’와 ‘컨테이너’ 분야를 오래전부터 다뤄온 만큼 최신 기술에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문제는 기업 IT인프라 운영에 있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클라우드에 대해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표면화되면서 그만큼 삼성SDS 운신의 폭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물류BPO를 물적, 혹은 인적분할 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다시 삼성SDS의 고유역량을 바탕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고객의 지속적인 IT비용 효율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역량확보가 중요한데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삼성SDS가 직접 클라우드 활용에 나설 경우 삼성그룹 관계사들의 IT인프라 운영에도 변수가 생기게 된다.
결국 최근 IT기술 및 서비스의 큰 조류 중 하나인 클라우드에서 삼성SDS만의 독자적인 서비스와 기술확보가 여의치 않다면 삼성SDS가 독자적으로 IT서비스업체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는데 예상외로 고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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