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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BPO’ 향배… 결국 삼성SDS 운명 좌우할 듯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1985년 삼성데이터시스템으로 창립한 이후 국내 IT서비스 업계 1위를 고수해왔던 삼성SDS가 회사분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SDS는 3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업부문별 회사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하여 확정된 사실은 없다. 사업부문을 분할한 이후, 합병 등 추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현재 삼성물산에 물류BPO 사업을 넘기고 기타 솔루션사업부문과 아웃소싱 사업을 삼성그룹사 중 하나로 이전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삼성SDS의 물류 BPO 부문 합병과 SI/컨설팅 사업 인수 여부에 대해 공시를 통해 부인한 상태다.

하지만 삼성SDS가 일단 회사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계열사와 어떤 형태로든 결합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사업분할 검토가 수익 및 성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삼성그룹 승계 작업과 맞물린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동수 삼성SDS 사장이 지난해 4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은 2020년 매출 20조원, 글로벌 IT 톱10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7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SDS의 중장기 매출 전략의 핵심은 물류 BPO 확대였다.

삼성SDS는 1985년 출범 이후 2010년 삼성네트웍스, 2013년 삼성SNS 등과 합병하며 덩치를 불려왔다. 특히 상장 이후 물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해오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삼성SDS의 전체 매출 중 물류 BPO가 차지하는 비중은 33.2%(2조606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3조원 가까이 물류분야의 매출을 끌어올려 삼성SDS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삼성SDS가 삼성SDS의 물류BPO사업을 합병하고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과 기타 아웃소싱 사업을 삼성물산 자회사로 흡수하거나 매각하는 방향의 분할에 들어가면 삼성SDS의 이러한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물론 이전부터 증권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을 위한 삼성화학 계열사 간 합병과 매각이 이어지면서 삼성SDS와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SDS와 삼성전자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비주력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첨단소재 등 화학계열사 3곳을 롯데에 매각하는 내용의 사업 조정을 본격화한 바 있다.

이러한 사업 조정의 일환에서 그동안 삼성 그룹승계의 ‘키’를 쥐고 있던 삼성SDS도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SDS의 주요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의 상장 이후 지분가치를 상승시켜 그룹 주력계열사 지분 매입 등의 도구로 사용하려던 전략은 삼성SDS의 주가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SDS를 분할해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물류BPO를 현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에 넘겨 삼성물산의 수익을 개선하고 SW분야는 삼성전자와 합병시켜 삼성전자의 가치 및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류BPO만 독립시키고 삼성SDS 고유의 업무는 그대로 남겨 삼성SDS를 존속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수익성 면에서 효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물류BPO만 독립시킬 경우 삼성SDS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전략을 새롭게 짜야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

결과적으로 삼성SDS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물류BPO사업은 역으로 삼성SDS가 사업 분할을 검토하게 될 만큼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사업분할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물류BPO 사업은 삼성SDS의 향후 운명을 가를 분할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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