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이냐 자력생존이냐…MSO 협력 어떻게?
[긴급진단-②] 격랑의 유료방송 시장, 어디로 가나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며 유료방송 시장의 시계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은 태풍전의 고요함이다. 매각이 무산된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향후 행보부터 케이블TV 업계의 공동대응 여부, 성장정체기에 접어드는 IPTV가 어떤 전략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은 SK-CJ간 결합 못지않은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이후 유료방송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케이블TV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IPTV가 등장하기 전에는 1500만을 훌쩍 넘겼지만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1445만이다. 케이블TV 가입자 이탈은 현재진행형이다. 케이블TV 업계는 별다른 반전이 없을 경우 2020년까지 180만, 2025년까지는 약 250만의 가입자의 추가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가입자 이탈에 대해 방송 상품 자체의 경쟁력의 열위보다는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력이 통신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의 방송통신 경쟁은 유무선 결합이 대세이다. 과거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방송상품 등 유선상품으로만 구성된 TPS(Triple Play Service) 경쟁시대에는 그럭저럭 버틸 만 했지만 이동통신이 포함된 QPS(Quadruple Play Service) 시대에서는 통신사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MSO들이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지만 결합상품 경쟁력의 열위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 품질은 차이가 없지만 브랜드, 운영노하우, 요금상품 구성, 단말기 수급 등에서 이통사와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권역으로 나뉘어진 사업구조상 결합상품 효과도 크지 않다.
때문에 케이블TV 업계는 지난해 결합상품 동등할인율 적용에 사활을 걸었다.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유료방송에 이동통신 상품을 결합할 때 요금을 깎아주는 비율을 동등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케이블TV 업계의 주장이다. 즉, 유무선 상품을 결합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을 공짜로 주지 말고 전체 할인금액을 각각의 상품별로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동등할인율 적용이 근본적 대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 업계의 근본적 위험요소가 모바일의 부재라는 점에서 업계가 신규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거나 또는 공동으로 특정 통신사와 협력을 진행하는 등 위험요소 제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J헬로비전이나 현대HCN 등은 지난해 제4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 때 주요 MSO 대표들이 모여 제4이동통신 공동진출을 검토하기도 했다. 결합상품 대응부터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등 신규사업 진출 가능성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됐다. 정부에서도 내심 케이블TV 업계의 참여를 기대했다. 고착화된 통신3사의 경쟁구도를 깨트릴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제4이동통신 참여는 숱한 소문만 남기고 현실화되지 못했다. 포화된 시장에서의 생존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뜰폰과 달리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데다 브랜드, 마케팅 등 사업 영위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고전이 예상됐다.
주요 MSO들이 제4이동통신에 대한 시각도 제각각이었다. CJ헬로비전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내년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주요 MSO의 연대, 또는 CJ헬로비전의 독자적 사업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케이블TV의 모바일 진출이 제4이동통신 진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뜰폰은 부족하고, 제4이동통신은 위험요소가 많다. 중간지점에 특정 통신사와의 협력강화가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 케이블TV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무렵, 대응방안으로 범케이블TV 연합과 특정 통신사와의 협력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실효성 있는 동등결합을 통해 케이블TV는 모바일 상품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통신사는 재판매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티브로드와 KT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익배분에 대한 의견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다. 또한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케이블TV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하는데 서로의 현실이 다른 만큼, 중지를 모으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대, 제4이동통신 진출, 특정 통신사와의 전방위적 협력. 케이블TV가 선택하고 기대할 수 있는 카드 모두 만만한 것은 없다. 업계 1위 사업자의 매각 직전까지 갔던 케이블TV 업계가 위기탈출을 위해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및 통신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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