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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후가 있는 삶' 사는 유럽 최고 TV 도시…삼성전자 헝가리 법인 방문기

윤상호

- 시 전체 인구 대부분 삼성 가족…헝가리, 10명 중 9명 ‘TV=삼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그 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6일(현지시각) 부다페스트에서 약 1시간. 지평선이 보이는 옥수수 밭을 지나자 낯익은 영어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헝가리 TV공장이다. 삼성전자 공장 직원 수는 3000여명. 야스페니사루 인구는 5600여명이다. 협력사까지 감안하면 시 인구 대부분이 삼성 가족이다.

“직원 중에는 아버지에 이어 근무하고 있는 아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헝가리는 한국과 나라 크기도 비슷하고 국민성도 비슷합니다. 고용 측면에서 정부 지원도 충실하고요.”

헝가리 생산법인장 안윤순 상무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곳과 슬로바키아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TV와 사이니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은 세리프TV 전 세계 공급처이기도 하다. 헝가리에서는 1일 4만대 연간 700만대 TV를 생산한다.

“마을 가구당 1명 이상이 이곳에 근무하고 있어 대가족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저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동생이 같이 일합니다.”

TV 제조 라인에서 만난 벨로츠 졸탄은 이곳은 일터가 아니라 삶의 한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 공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 1989년. 지금까지 27년을 이들과 함께 했다. 야스페니사루시에는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삼성 패밀리룸’ 삼성전자 생활가전 제품이 갖춰진 소아과 병동,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프로그램 ‘삼성스마트스쿨’ 등 삶을 갖이 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도 배어있다.

이래서일까.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은 2015년 기준 매출 22억5000만달러로 헝가리 기업순위 5원권의 국민기업으로 성장했다. 10명 중 9명은 ‘TV=삼성’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올 상반기 헝가리 평판TV 삼성전자 점유율은 44.2%다. 60인치 이상은 65.3%에 달한다.

안 상무는 “이곳에서 생산한 TV는 평균 3일이면 유럽 주요 매장에서 소비자를 만나게 된다”며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보다 유럽 TV 판매가 앞섰다”고 자랑했다.

이곳의 직원은 아침 일찍 회사에 나와 오후 들어 퇴근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30분. 3조 2교대다. 가족과 친구와 오후를 즐긴다. 오후가 있는 삶을 위해 이들이 선택한 근무조건이다. 오후 3시면 집에 들어가 학교를 다녀오는 아이를 맞이한다. 옥수수와 해바라기 등을 키우며 자신만의 시간도 갖는다. ‘빨리빨리’, ‘안 되면 되게 하라’의 공장이 아니어도 회사도 나도 성장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 비가 그치지 않아서일까. 호젓한 마을 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야스페니사루(헝가리)=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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