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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공포 현실화....데이터센터는 안전한가?

박기록
면진 구조를 적용해 8.0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수 있는 LG CNS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부산 미음지구)
면진 구조를 적용해 8.0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수 있는 LG CNS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부산 미음지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12일 리히터규모 5.8 규모에 이어 19일 저녁에 또 다시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함에 따라 지진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지진의 전조가 아닌가'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진 빈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원전, 데이터센터 등 주요시설의 지진 대응력이 중요해졌다. 특히 여진이 계속됨에 따라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경북 구미, 대구, 부산 강서(미음) 지구 등 영남지역내 주요 데이터센터 지역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가 대체적으로 지반이 단단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일반 건물들에 비해 훨씬 엄격한 안전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웬만한 강도의 지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최근 선보이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이 내진 설계가 크게 강화된 것도 지진 공포를 덜어주고 있다.

◆웬만한 지진엔 문제없어… 면진설계 주목 =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2년12월 가동에 들어간 LG CNS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앞서 2011년 발생한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내 일부 기업들이 부산지역으로 데이터센터 이전을 검토했고 LG CNS측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이 센터다.

부산 강서 미음지구에 위치한 이 데이터센터는 국내에서는 보기드물게 면진(免震) 구조로 설계돼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우리 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인식돼왔기때문에 데이터센터 구축시 지진, 홍수 등 천재지변 보다는 유사시 북한의 기습공격이나 불순 세력의 테러, 화재 등에 대응하는데 신경을 더 기울여왔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 이후 이같은 인식은 다소 변화됐다.

'면진'은 지진의 충격을 제거하는 장치로, 지진으로 오는 충격(진동에너지)이 직접 건물에 미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지상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기위해 댐퍼로 불리는 특수한 고무 재질(패킹)을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키는 방식이 적용됐다.

바닥과 기둥 사이에 설치된 특수재질의 댐퍼. 지진충격을 흡수한다.
바닥과 기둥 사이에 설치된 특수재질의 댐퍼. 지진충격을 흡수한다.
사람으로 치면 뼈와 뼈를 이어주는 연골처럼 충격을 흡수한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이같은 댐퍼(고무패킹)가 96개의 커다란 기둥밑에 삽입돼 있다. 이 댐퍼의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리히터 규모 8.0의 엄청난 지진에도 지상 5층 연면적 3만232제곱미터(9777평)의 육중한 건물이 온전하게 보존되는 비밀은 여기에 있다. 건물과 지상을 분리하는 면진 방식은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하고, 건축 비용도 약 10%이상 더 들어간다.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고무재질의 댐퍼 단면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고무재질의 댐퍼 단면
건물을 떠받치는 고무패킹은 두 종류다. 적층고무(NRB)와 고무 중간에 납이 삽입된 납플러스(LRB)타입인데,
이 센터에는 두 가지 타입이 공학적으로 모두 배치됐다. 이를테면 적층고무로만 기둥을 설계했을 경우 건물의 진동이 멈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납 기둥은 빠르게 진동을 멈추게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이 특수한 고무패킹은 우리보다 앞서 면진 데이터센터 기술을 갖췄던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참고로, 이 데이터센터에는 특이하게도 지하실이 없다. 쯔나미가 발생했을 경우 침수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센터의 위치는 해수면보다 6미터 높이에 위치한다. 일본의 평균 쯔나미 수위인 해발 4.5미터를 감안한 결과다.

물론 면진 설계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았더라도 사후적으로 지진에 대응하기위한 다양한 내진 강화 방식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산센터 서버실의 상면과 전산기기 사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식도 있다. 지진발생시 상판과 하판 사이에 채워 넣은 볼(공)이 움직이면서 충격을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처음으로 지난 2010년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BNK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도 면진 기술 적용 = 한편 부산경남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BNK금융그룹(회장 성세환)이 오는 2018년 1월부터 공식 가동에 들어가는 통합 데이터센터도 7.0규모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센터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8개 자회사가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1만8108 제곱미터(약 5477평)규모의 대지에, 연면적 4만4204 제곱미터(약 1만3372평) 규모로 전산센터(지상 5층)와 개발센터(지하2층, 지상9층) 2개동으로 지어진다. 완공예정일은 2018년 1월이다.

BNK금융 데이터센터에도 첨단 면진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BNK금융그룹측은 국제 안정성 평가기준(Tier III+)을 충족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는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수준을 1.5 이하로 설계하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친환경 건축물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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