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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타는 IT기업 CEO... 그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

박기록

올해 5월 오픈한 배달 전문 가맹점 1호점
올해 5월 오픈한 배달 전문 가맹점 1호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는 '몇개월전 신정동에 배달 전문 음식점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 이제 상암동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 면허증도 땃고, 조리법도 배웠다’고 한다.

끝까지 듣지 않았다면 그가 잘 나가던 IT기업 CEO를 은퇴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다는 얘기인 줄 알았을 것이다.
유니타스(www.unitas.co.kr) 강병태 대표의 얘기다. 그는 최근 여의도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의 얘기엔 처음 경험한 것에 대한 생경함과 설레임, 그리고 직접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 얻은 성과에 대한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
중견 소프트웨어(SW)회사인 유니타스의 제품군에는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이 있다. 이 회사의 POS시스템은 현재 교촌치킨, BBQ치킨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POS시스템이 강 대표의 인생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바꿔 놓았다. 강 대표는 한국NCR에서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POS시스템 영업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국내 최고의 유통분야 IT 플랫폼의 전문가가 됐다.

몇년전 전국 치킨 매장을 온라인으로 연계해 주문과 결제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POS시스템은 선도적인 O2O의 플랫폼이란 평가를 받았다.

O2O 시대의 개막은 그에겐 분명히 기회였다. 지난해 7월, 강대표는 O2O솔루션 시장 공략을 위한 (주)푸드테크를 설립했다. 유니타스의 자회사인 (주)푸드테크는 현재 인공지능(AI)형 주문봇을 비롯해 주문, 고객관리, 결제, 배달 중계 등 O2O와 관련한 일체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강 대표의 의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래, 직접 한번 해보자”

자신이 직접 요식업 프랜차이즈 매장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 지난해 11월, 요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클푸드' 본사가 배달 전문 가맹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만하더라도 스쿨푸드는 본사 직영점외에는 배달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강 대표는 망설임없이 '배달 전문 스쿨푸드 가맹 1호점'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그의 도전은 은퇴후 불안한 마음에서 시도하는 생계형 창업은 아니다. O2O 비즈니스를 직접 체험해 개선점을 찾고, 프로세스를 더욱 혁신하겠다는 의도다.

강 대표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O2O플랫폼의 해외 시장 진출이다. O2O솔루션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이 ‘체험, 삶의 현장’식으로 도전하는 것이어서 창업준비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강 대표는 점포를 물색하고, 직원을 구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점포는 양천구 신정동으로 정했다. 그곳을 택한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주거형태, 인구 연령별 분포, 소득수준, 직원 수급여건 등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가 나름대로 분석한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차이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그도 여러 경험자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겠지만 초보자 치고는 무척 치밀해 보였다.

강 대표는 배달 전문 매장이지만 내외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을 썼다. '고급진 인테리어'가 고객들에게 신뢰를 준다고 믿기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주방의 음식 조리 과정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레이아웃에도 많은 고민을 쏟았다. "어쨌든 배달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직원들의 효율적인 동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리실 공사 당시의 모습
조리실 공사 당시의 모습
또한 배달전문 가맹점의 특성상 배달 직원의 숙련도도 중요하다. 배달은 O2O 서비스의 완성이다. 물론 요즘은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별도의 아웃소싱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관련하여 지난 8월, 푸드테크는 배달 대행 전문업체인 제트콜(대표 이윤동)과 O2O 배달대행 중개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별안간 오토바이 면허증을 땃다. 가맹점 오픈에 앞서 자신이 직접 배달 프로세스를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주변 지역에 열심히 전단지를 뿌렸다. 물론 배달 직원들의 일손이 부족할때는 자신도 직접 배달 도우미로 현장을 누볐다. 또 주방 일손이 부족할때를 대비해 웬만한 조리 기술도 틈틈히 익혔다.

강 대표가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배달 도우미로 뛴다.
강 대표가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배달 도우미로 뛴다.
여담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그가 그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오토바이의 색다른 매력에도 빠졌다. 이후 유명 모터스쿨에 가입해 오토바이의 기본 라이딩에서 고급 테크닉까지 교육을 받았다. '할리'를 타고 질주하는 그의 사진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강 대표는 스쿨푸드와 가명점 계약을 한지 2개월여만에 점포계약, 내부공사, 직원채용, 배달 오토바이 세팅 등 모든 것을 완비했다. 올해 5월, 드디어 스쿨푸드 배달 전문 가맹점 1호점이 공식 오픈됐다.

오픈후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아직 오픈 초기라 구체적인 매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픈 첫 달인 5월 매출보다 6월 매출은 거의 80%이상 증가했고, 또 다시 7월 매출은 전월대비 30~40% 정도 상승했다.

물론 이같은 매출 증가 속도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 멈출 것이다. 강 대표는 "이정도의 매출과 수익율이라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벌써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감이 꽤 붙은 모습이다.

매뉴의 차별화와 함께 주요 구매 고객군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전단지 홍보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입소문을 통한 확장이 더 중요하다.

물론 예상치 못한 애로점도 있다. O2O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안정적인 직원관리가 항상 중요하다. 또한 소위 진상 고객으로 불리는 블랙 컨슈머도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게 그에겐 중요한 경험이다.
강 대표에게 가맹점 사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론칭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다소 의외였지만 그는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가격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O2O시대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품질입니다. 품질에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망할 수 밖에 없겠죠.”

O2O사업을 지원하는 POS시스템 등 기술적인 인프라도 완벽하게 뒷받침돼야 겠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본질(음식의 맛)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품질에서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프랜차이즈들은 아마 2년을 넘지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렴한 가격을 또 다시 깨는 더 저렴한 가격'이 나오는 순간 가격경쟁력은 사라지고, 가격 경쟁을 위해 결국 품질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IT업계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은퇴이후 요식 프랜차이즈에 많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크게 성공한 사람도 있고 쓴맛을 본 사람도 있다.

경제 불황으로 창업이 여의치 않고, 성공 확률도 떨어진다. 물론 강 대표의 도전도 성공으로 판단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는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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