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오라클 오픈월드 2016’ 폐막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단일 IT 기업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IT 컨퍼런스 ‘오라클 오픈월드 2016’이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일대에서 5일 동안 진행된 올해 행사는 141개국 약 6만여명 이상의 참관객이 모이는 등 역대 오라클 오픈월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됐다. 올해는 ‘궁극의 클라우드 경험’을 주제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클라우드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라클 오픈월드는 여러모로 IT업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다. 우선 기업용(B2B) 솔루션 행사 중에 참관객이 6만명이 넘는 행사는 오픈월드가 거의 유일하다. 전세계 각지에서 6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다보니 이 기간에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호텔을 잡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숙박비는 그 어느 때보다 비싸며 식당과 술집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샌프란시스코시가 오라클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픈월드 행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지도 벌써 20년째다. 오라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가 지난 20년 동안 오픈월드 행사를 통해 거둬들인 경제적 효과는 32억달러(한화로 약 3억6000만원)에 달한다. 올해도 1억9400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시는 오픈월드 행사를 위해 서울로 치면 영동대로에 해당하는 ‘하워드 스트리트(거리)’까지 기꺼이 막아준다. 교통체증이 극심한 샌프란시스코의 시내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면 초특급대우다.
오픈월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통하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기조연설이다. 지난 2014년 CEO 자리에서 내려와 현재는 최고책임기술자(CTO)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오픈월드에 참석해 보통 2차례의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참관객들은 그의 기조연설을 조금이라도 앞에서 듣기 위해 1~2시간씩 줄서는 것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의 연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경쟁사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다. 보통 IT업체들은 이같은 행사에서 경쟁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지만, 그는 전혀 거리낌 없이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올해 72세인 엘리슨 회장의 독설 상대는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의 대표주자 ‘아마존웹서비스(AWS)’였다. 이미 클라우드 사업을 한지 10년이 되는 AWS은 올해 연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폭이 크다. 오라클 역시 지난 몇 년 간 클라우드 사업에 ‘올인’하고 있지만, 사실 양사의 전략은 상이했다. AWS가 서버나 스토리지 등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처(IaaS)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오라클은 소프트웨어(SW)나 개발 플랫폼 등을 빌려주는 SaaS나 PaaS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AWS이 최근 몇 년 간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 등 PaaS를 출시하고, 오라클은 반대로 IaaS를 강화하면서 마침내 양사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오라클은) 여기게 된 것이다. 엘리슨은 두 번의 기조연설 동안 ‘아마존’이라는 단어를 백번 넘게 언급했고, 자체적인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AWS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오라클이 출시한 ‘2세대 IaaS’ 제품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IaaS 시장의 강자는 AWS인 만큼, 가장 상위에 있는 업체를 공격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식의 접근방식이다. 심지어 오라클은 AWS이 IBM메인프레임보다도 더 폐쇄적이라고 주장했다.
‘폐쇄성’은 오라클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벤더 락인(Lock-in)’의 대명사인 오라클이 AWS에게 이같이 질타한다는 것은 그만큼 AWS에 큰 위협을 느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올해 행사에서 오라클은 그 어느 때보다 IaaS에 대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오라클의 IT파트너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후지쯔나 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솔루션 벤더보다는 IT서비스 업체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이다. 인텔을 제외하고는 딜로이트, 인포시스, 위프로와 같은 컨설팅 및 서비스 업체들의 CEO들이 단상에 올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글로벌 IT트렌드를 공유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선 삼성SDS와의 협력이 눈에 띄었다. 삼성SDS는 자사의 생체인증, 리테일솔루션을 오라클의 보안, 마케팅 솔루션 결합해 세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오라클 본사 차원에서도 이번 삼성SDS와의 협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내년 또 다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붉은 물결로 물들인 ‘오라클 오픈월드 2017’은 2017년 10월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전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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