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부메랑으로 돌아온 800MHz…KT 투자실기? 경매희생양?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2011년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800MHz 주파수에 대한 투자 미이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KT는 2011년 경매에서 2610억원에 10MHz폭의 800MHz 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낙찰 받은 이후 5년간 투자는 0원이다. 단 한 곳의 기지국도 세워지지 않았다.

주파수는 통신사에겐 '다다익선'이다. 여기에 10년간 2610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이용대가를 내야하는 주파수를 그냥 놀리고 있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정교하지 못했던 첫 주파수 경매=논란이 되고 있는 800MHz 주파수는 2011년 주파수 경매를 통해 나왔다. 하지만 원래 경매안에는 800MHz는 포함되지 않았다.

2.1GHz와 1.8GHz가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사업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곳이었다. 즉 한 통신사는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3G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2.1GHz를 LG유플러스만 입찰하도록 배려했다.

2.1GHz가 배제된 상황에서 SK텔레콤과 KT의 선택지는 1.8GHz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금력에서 SK텔레콤에 밀리는 KT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800MHz 대역의 경매 합류는 KT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800MHz는 전통의 황금주파수. 하지만 당시 나왔던 800MHz는 주파수공용통신(TRS)용, 즉 KT의 자회사 KT파워텔이 무전기용으로 사용하던 대역이었다. 당시 KT파워텔이 갖고 있던 14MHz에서 10MHz만 KT파워텔에 재할당하고 4MHz를 회수하고 흩어져 사용되지 않고 있던 주파수를 끌어모아 10MHz폭을 만든 것이다.

왜 KT는 자회사 주파수까지 포기하면서 굳이 관심도 없는 대역을 경매로 내놓는 전략을 썼을까.

이미 900MHz를 보유하고 있던 KT는 굳이 새로운, 그것도 협대역 800MHz를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상황이 달랐다. 해당 대역은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800MHz 대역(30MHz폭)의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인접대역이 2G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주파수 손실 없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즉, KT 전략은 자회사 주파수를 희생해서라도 SK텔레콤에게 당근을 제시하고 1.8GHz는 자신들이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SK텔레콤이 1.8GHz에 올인 하면서 계산은 어긋났다.

당시 주파수경매는 지금처럼 50라운드에 밀봉입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제한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사는 무려 83라운드까지 합을 겨뤘다. 승자의 저주 논란 속에 4455억원이었던 1.8GHz 대역은 2배 이상인 9950억원까지 수직상승했다. 최종승자는 SK텔레콤이었고 KT는 자신이 제안한 800MHz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주파수 경매 논란 때문에 이후 경매는 50라운드, 이후에 밀봉입찰, 그리고 3사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물량이 확보된 이후 경매를 진행했다.

딱하기는 한데, 방법이 없다=KT가 800MHz를 확보했지만 주파수간 묶어서 쓰는 기술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혼신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해당 대역의 이용을 채택하지 못한 상태다. 표준화기구에서 채택을 안하다보니 제조사는 단말기를 만들지 않고, 이통사는 주파수를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KT가 투자여력이 없거나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KT는 앞으로도 이용하기 어려운 대역인 만큼, 차라리 정부가 조기에 회수해주는 것을 바라는 눈치다. 그러면 남은 기간 할당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낸 주파수 대가를 감안하면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차선이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딱히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가할당 방식으로 사업자를 지정해 주파수를 나눠준 것이 아니고 사업자들이 스스로 선택해 구매한 것인데, 이제 와서 반품해달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대가와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가 공권력을 발휘해 강매를 한 것이 아니다. KT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투자행위를 한 것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원래 한 번에 다 징수를 하게 돼있지만 워낙 큰 투자비용인 만큼, 할당기간만큼 분납을 해주는 개념이다.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남은 할부금액을 감면해 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미 거래(주파수 할당)는 마무리가 됐는데 투자가 어렵다고 조기에 회수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KT 의지와 상관없이 투자하기 애매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거래를 잘못한 것을 정부가 다 보전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800MHz 주파수 이용기간은 10년이다. 아직도 이용기간이 반이나 남아있다. KT가 독자적으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사업자를 배려해 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