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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혁신센터, 정말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나

채수웅

<사진 제공 청와대>
<사진 제공 청와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검찰 조사 결과 청와대가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시 대기업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도 같은 방식으로 설립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기업과 연계한 한국형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미 17개 지역 센터와 대기업을 매칭해 1:1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무회의 이전까지 문을 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전(SK)와 대구(삼성) 뿐이었다. 하지만 9월 4일 미래부와 전경련은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업 전담지원체계 구축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조찬 간담회를 열고 15개 대기업에게 17개 지역을 나누어 전담하도록 했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조찬 간담회는 미래부 사무관이 대기업 담당자에게 먼저 유선으로 연락하고 후에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포함된 간담회 참석 요청 공문을 메일로 발송하는 절차를 밟았다. 전경련에서 회원사에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8월 26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8월 26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어 9월12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자체와 대기업 수장들을 대거 소집해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간담회’를 개최해 센터의 대기업 전담형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2개 센터의 개소식을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새로 대리업들이 전담하는 한국형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시행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내려지고 대기업들이 센터 전담기관으로 동원되는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던 상황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지만 창조혁신센터 설립에 청와대와 정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센터 17곳 중 14곳에 대해 창조경제정책 주무기관인 미래부가 아닌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직접 준비해 발표했고 대통령은 센터 개소식 모두 참석했다. 청와대가 센터 설립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오후 대구 북구 창조경제단지 예정부지를 방문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오후 대구 북구 창조경제단지 예정부지를 방문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안정상 위원은 “전담기업 동원과 지정 과정에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어느 정도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또한 2014년 9월4일 대기업들을 불러 조찬간담회를 개최한 이석준 1차관(현, 국무조정실장)과 이승철 공동단장이 전담기업 지정에 대한 과정과 절차의 실상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미래부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센터설립이 이뤄졌고, 창조경제가 아니더라도 벤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거점이 존재해야 함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각 기업들이 지역별로 전담하고 있는 센터가 차기 정권에서도 운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다음 정권의 사업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러 센터가 지역에서 벌이는 사업은 대부분 3년을 시한으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 농가 지원사업 등 복수의 지역 혁신센터의 사업은 통상 3년으로 대통령 임기와 궤를 같이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 정권의 사업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만약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행하는 사업이라면 다음 정권에서도 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안정상 위원은 “청와대는 센터에 대해 대기업을 전담시키면서 채찍과 당근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적인 70년대 개발독재식 기업 목죄기를 통해 출연, 출자, 기부를 하도록 하고 대신 법인세 인상을 막아 주고 규제프리존법을 제정해 대기업의 지역별 사업장이 필요로 하는 규제를 풀어 주는 당근 전략을 병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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