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일링스 ‘16나노→7나노’ 직행…파운드리는 TSMC만 쓴다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ield-Programmable Gate Array, FPGA) 업체인 자일링스가 차세대 미세공정에서 10나노를 건너뛰고 7나노로 직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16나노 FPGA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계속해서 협력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10나노가 배제되면서 인텔에 인수합병(M&A)된 알테라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8일 자일링스 기업전략마케팅 그룹 스티브 글레이저 수석부사장은 아마존이 자일링스 FPGA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속화한다고 밝히면서 “45나노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사용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16나노에서 7나노로 직행하고 10나노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PGA는 용도에 따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칩을 말한다. 가령 시제품을 만들 때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FPGA에 맡기고 안정화가 이뤄지면 주문형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로 대량생산으로 진입한다. 굳이 시제품이 아니더라도 기능 변경이 잦은 제품(스마트폰, TV, 자동차, 기지국 등)에 자주 쓰인다.

그동안 FPGA 업계는 꾸준히 활용영역을 넓혀왔다. 가격은 비싸지만 특유의 유연성과 성능을 바탕으로 시장개척에 주력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텔이 FPGA 업계 2인자인 알테라를 2015년 167억달러(약 19조3700억원)에 품에 안았다. 인텔은 FPGA를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패키지로 묶어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인텔-알테라와 직접비교 나서=FPGA 시장 1위인 자일링스 입장에서 인텔이 알테라를 M&A한 것은 썩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특히 인텔이 새롭게 전략을 짜면서 PC나 CPU와 같은 단어를 버리고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FPGA ▲5G를 내세운 상태다. 역량에 있어서는 FPGA 원조인 자일링스가 뒤지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규모에서는 비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자일링스는 여태껏 자제했던 경쟁사와의 비교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 알테라 아리아10은 물론이고 내년에 선보일 스트라틱스10 FPGA와 비교해 2~6배까지 효율(성능·전력소비량)이 높다는 점을 수치를 들어가며 요목조목 강조했다. 스티브 글레이저 수석부사장은 제온이 좋은 CPU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속화 측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자일링스 FPGA가 가장 적당하다”며 “재구성 가능한 가속 스택으로 x86 서버 CPU에 비해 40배 이상 컴퓨팅 효율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일링스는 인텔이 CPU-FPGA 통합 디자인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애플리케이션(활용영역)의 확장과 활용도를 제한해 이도저도 아닌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풀어 말하면 CPU던 FPGA던 자일링스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데 둘을 묶어 놨으니 더 효율이 떨어졌다는 뜻.

문제는 인텔의 압도적 파괴력에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전 세계 x86 서버 분야에서 98.5%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돈을 덜 벌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더라도 이 시장 자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위 업체(구글, 아마존, MS,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페이스북, 이베이 등)를 위해 맞춤형 CPU까지 만들어 판다. ‘성장의 선순환’을 내밀며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성능과 효율이 무조건 높다고 해서 시장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자일링스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점은 FPGA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경쟁우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쓰임새가 넓어지는 만큼,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왔고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 시대가 다가온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일링스를 찾는 고객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이 발표한 ‘2022년 FPGA 시장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FPGA 시장규모는 39억달러(4조8000억원)를 나타냈다. 올해부터 오는 2022년 사이에 연평균 7.41%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규모가 7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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