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공부하는 CEO가 아름답다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으로 유명한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 10년 이상 자사 고객사 최고경영자(CEO), 임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초 조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참관했던 지난 2일 ‘영림원CEO포럼’이 124회째였으니 정확히 11년하고도 3개월째다.

‘영림원CEO포럼’은 국내 IT기업이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포럼이다. 한때 KBS1 라디오에도 꾸준하게 방송됐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2005년 10월 첫회를 시작으로 진행된 조찬 포럼에는 회당 평균 50여명 이상의 CEO들이 참석한다. 그동안 참석한 CEO 누적수만 해도 수천명이 넘는다.

매달 대학교수나 경제학자, 컨설턴트 등 IT와 인문, 경영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알려준다. 2일에 진행한 모임에선 JP모건의 수석 컨설턴트가 ‘2016년 결산 및 2017년 경제전망’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쳐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아침 7시라는 이른 시간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일찌감치 자리하고 있었다. 참석자는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의 CEO나 임원이다. 이중 일부는 자주 보는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그렇다면 왜 영림원소프트랩은 매달 이러한 모임을 개최할까. 매달 서울 시내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저명한 연사를 초빙하는 비용은 분명 중소SW기업에선 부담이 될 법하다.

이에 대해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는 고객이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고 이렇게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공부하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며 “처음에는 고객에게 감사하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인데,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실제 포럼에 참가한 고객사 CEO들의 반응도 좋다. 한 중소기업 CEO는 “지난 10년 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했는데, 유익한 내용이 많고 기업경영에 도움이 돼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대통령 탄핵, 주요 재벌기업과의 결탁 등으로 이어진 이슈 속에도 기업체를 운영하는 CEO들은 행여나 자사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다. 여기에 18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트 트럼프 공화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수출 위주의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계획 수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24번째로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도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2016년 2.5%에서 2017년 2.8%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올해 2.8%에서 내년엔 대폭 하락한 2.3%에 그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CEO들의 입에선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少年易老 學難成)’고 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한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최신 기술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회사의 비전을 설계하기 위해선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영림원CEO 포럼은 좋은 배움의 자리였다. 공부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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