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랴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창조경제 수난시대다. 보통 임기말 대통령의 레임덕과 함께 주요 정책들도 힘을 잃기는 하지만 창조경제는 정말 주군(主君)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나보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혼란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 만큼 올 한해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는 없을 것이다.

어리석은 군주를 모시고 일해 온 관가(官家)는 혼란스럽다. 문화부는 풍비박산이 났고 박 대통령이 끔찍이도 아끼고 애지중지하던 창조경제도 추동력을 상실했다.

최근 한 언론은 학계, 리서치 업체와 공동으로 올해 정책평가를 내렸는데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는 2.38점(만점 5점)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는 비선실세 개입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삭감 등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사실여부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창조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이다. 정부의 해명으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수명이 다했다고 할까.

지금 돌이켜 보면 작명(作名)이 참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창조경제로 어떻게 아파트 층간소음을 없앤다는 거에요?”

“소음을 내는 주파수 대역에 소리를 없애는 주파수를 발사하면 됩니다”

미래부가 출범하고 창조경제 정체가 도대체 뭔지 여당 국회의원들도 헷갈려하고 있을 때,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윤종록 전 미래부 차관의 대답이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로 아파트 층간소음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정말 창조적이지 않는가. 층간소음을 주파수로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의적인 발상이 현실화 되고 대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미래부가 출범하고 창조경제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었다. 모든 것을 창조에 꿰맞추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창조라는 것이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신의 영역이니 샤머니즘 통치와 찰떡궁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선실세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뭇매를 맞았다.

미래부 해명대로 센터에 대한 정부 예산은 늘어났고, 지자체 예산도 회복 중이다. 이유는? ‘창조’가 주는 반감과는 상관없이 창업보육에 대한 예산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창조경제센터 간판은 무엇이 됐든 바뀔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도 혁신과 창업은 역대 정부,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모든 정부에서도 핵심 정책일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우리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ICT 산업은 수출부진에 중국 기업의 약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라우드, 공유경제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빠르게 등장하고 있지만 법제도는 늘 몇 걸음 뒤쳐진 모습이다.

창조경제, 창조가 들어간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대한 반감으로 관련 정책이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름이 뭣이 중요하겠는가. 내용이 중요하지.

아, 그래도 이름은 평범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하고 세월이 흘러도 빛을 바래지 않는 이름이었으면 더 좋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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