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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돌린 케이블TV…내년 통신사와 세대결 벌이나

채수웅

케이블TV 업계가 하나의 케이블인 '원케이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가 하나의 케이블인 '원케이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케이블TV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사활을 걸고 막던 권역규제 폐지가 일단 보류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케이블TV 업계에 드리워진 불안요소가 제거된 것은 아니다. ‘원케이블’ 전략의 실효성 확보, 여전히 유효한 통신사와의 인수합병(M&A) 이슈, 모바일 상품 경쟁력 확보 등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겨 있다.

정부는 27일 정보통신 전략위원회(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를 열고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관심을 모았던 케이블TV의 권역규제 폐지는 보류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업권역 문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복수권역에서 사업 중인 MSO 법인 단위로 허가권을 통합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전환 완료시점에 SO사업권역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지역성 논의와 병행한 정책연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예상됐던 디지털전환 완료 시점 폐지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미래부 정책 선회 왜?=현재 케이블TV는 78개 권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사업자 위성방송과 IPTV의 등장, SO의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고 경쟁이 심화되며 규모의 경제 실현 범위가 축소됐다. 특히,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결정의 근거로 권역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들며 방송시장 획정에 대한 논란이 확대됐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케이블의 디지털전환 완료 이후 권역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케이블TV가 강하게 반대한데다 방통위 역시 방송의 지역성, 공공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결국 미래부도 한발 물러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래부는 방송을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지만 우리는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공적책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며 "아날로그 전환 완료 시점에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숨돌린 케이블…미래는 여전히 불투명=케이블TV는 사실상 권역제한 보류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블TV 업계는 권역제한이 사라질 경우 SO의 지역사업권 가치를 상실해 시장에서 헐값에 퇴출 될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로 IPTV 사업자인 통신사들에게는 특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내년 조기대선으로 인한 정부조직개편, 재논의 기간 등을 감안하면 케이블TV 업계는 상당한 시간을 번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블TV협회 김정수 사무총장은 "권역제한 폐지가 유보하는 형태로 돼서 다행"이라며 "지역 밀착 매체로서 정체성을 당분간 지킬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 대표도 "SO들도 미래부 결정에 만족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TV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간은 벌었지만 생존, 성장은 다른 문제다. 케이블TV 업계는 '원케이블' 전략을 앞세워 제도, 경쟁, 지역채널 등에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속내는 제각각이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이지만 CJ헬로비전을 제외하면 알뜰폰에서조차 열심이지 않다. 내년 SK텔레콤과의 동등결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지만 경쟁열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은 M&A, 통신사·MSO 세대결 본격화=권역규제는 그대로 남지만 이문제로 방송통신 기업간 결합이 원천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공정위의 불허 결정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동통신 1위, 케이블TV 1위간 결합이었다. 여전히 케이블TV간 결합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규모가 작은 통신, 방송 사업자간 결합 자체가 불허될 가능성은 적다. 공정위도 이 문제에 대해 모든 방송통신 기업간 결합을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MSO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고, SK텔레콤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로서는 합산규제에 걸리는 KT만 무덤덤하다. 하지만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KT도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할 수 있다.

케이블TV에서는 CJ헬로비전이 셀러에서 바이어로 전환했다. 최근 같은 권역에서 경쟁하는 하나방송을 인수했다. 그룹에서도 M&A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케이블 2위 티브로드 역시 큰 손으로 부족함이 없다.

관건은 결합상품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방송가입자가 많아도 결국 할인혜택이 더 많은 결합상품으로 가입자가 쏠릴 수 밖에 없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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