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글로벌 IT기업의 오픈소스 SW 전략…⑦델 EMC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스토리지 업계가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 물결에 합류하면서 이 시장의 강자인 EMC도 오픈소스SW에 공을 들이고 있다. EMC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회사는 아니지만 그 동안 일궈낸 성과는 이에 못지않다.
스토리지는 디지털 정보, 즉 기업의 핵심자산인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개인들이 외장하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기업들은 안정성과 성능을 높인 ‘외장형 스토리지’를 필수적으로 활용한다. EMC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이외에도 데이터를 관리하는 다양한 SW를 만들고 있다. 1990년대 EMC가 고성장한 배경에는 단순한 하드웨어(HW)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 구동되는 SW를 개발하며 스토리지 시장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했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9년 설립된 EMC는 리차드 이건, 로저 마리노 등 창업자들의 성을 따서 만들어진 사명이다. EMC는 지난해 델에 인수되며 지난 9월 ‘델 테크놀로지스’라는 거대 회사로 재탄생했다. EMC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HW 인프라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프라 솔루션 그룹인 ‘델 EMC’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EMC가 오픈소스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클라우드 파운드리(Cloud Foundry)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 테스트, 실행할 수 있는 오픈소스 서비스형 플랫폼(PaaS)이다. 루비와 고(Go) 언어로 작성됐다.
이는 원래 EMC의 자회사인 VM웨어에서 개발하고 있었으나, EMC가 2010년 인수한 데이터웨어하우(DW) 업체 그린플럼(Greenplum)과 2012년 초에 인수한 애자일 SW업체 피보탈랩스(Pivotal Labs), VM웨어의 클라우드 파운드리, V패브릭(스프링, 젬파이어) 등의 조직을 하나로 합쳐서 만든 신설법인인 ‘피보탈(Pivotal)’에서 담당하게 된다. 이후 다시 클라우드 파운드리 재단에 이관됐다. 피보탈은 ‘피보탈 CF’라는 상용 버전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EMC는 지난 2015년 ‘클라우드 파운드리 도조(Dojo)’에 1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다. 도조는 베테랑 개발자와 초보 개발자를 한 팀으로 짜서 최대 몇 달에 걸친 교육을 제공하는 트레이닝(학습) 프로그램이다. 클라우드 파운드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는 개발자 생태계 확장을 위해 3~5년 간 1000만달러를 투자한다.
EMC는 하둡 배포판인 클라우데라 제품도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다. 클라우데라는 EMC의 사업파트너 제품 인증 프로그램 ‘EMC 테크놀로지 커넥트’에 셀렉트 파트너로 가입했다. EMC와 파트너들은 클라우데라 아파치 하둡 배포판 기업용 버전을 EMC 스토리지 장비 ‘아이실론(Isilon)’에 얹은 형태로 직접 공급할 수 있다.
2256명의 멤버가 등록돼 있는 EMC 오픈소스 프로젝트 호스팅 커뮤니티인 ‘EMC {Code} 커뮤니티(http://community.emccode.com)’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자료들은 모두 깃허브(GitHub)에서 열람할 수 있다.
자사 솔루션을 오픈소스화한 경우도 특히 지난 2015~2016년 사이 두드러졌다. EMC는 2015년 12월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원 유닛 등의 물리적인 HW 관리를 자동화하고 레스트(REST) 기반의 API 를 제공하는 ‘랙HD(RackHD)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는 아파치 라이선스 2.0으로 제공한다.
올해 5월에는 ‘코퍼헤드(CoprHD)’와 ‘스케일IO(ScaleIO)’ 무료버전, VNX 가상화 SW, ‘렉스레이(Rex-Ray)’, ‘폴리(Polly)’ 프로젝트까지 공개한다. 우선 ‘프로젝트 코퍼헤드’는 이기종 스토리지 제품을 관리할 수 있는 ‘SW 정의 스토리지(SDS)’ 제품인 ‘바이퍼(ViPR)’ 컨트롤러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모질라 공용 라이선스(MPL) 2.0 하에서 관리되며 고객과 파트너, 개발자는 물론 타 스토리지 업체들도 이용할 수 있게 돼 바이퍼의 생태계를 확장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개발을 가속화하고 스토리지와 데이터 보호 기술 지원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제레미 버튼 EMC 제품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은 이날 “적어도 앞으로의 새로운 세상에서 EMC는 더 이상 아버지 시대의 EMC가 아니다”라며 “아마도 앞으로 많은 부분이 오픈소스로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바이퍼에 이어 서버 시반 SAN 가상화 제품인 ‘스케일IO’의 비상업용 무료 버전도 발표됐다. 스케일IO는 서버에 장착된 DAS(Direct-Attached Storage) 디스크를 공유된 블록 스토리지로 통합해 단일 계층의 엔터프라이즈급 스토리지 솔루션을 구축하는 SW다. SAN기반의 아키텍처를 수천대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어 페타바이트급(PB) 스토리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같은 달 VNX 가상화 SW인 ‘버추얼VNX(vVNX)’도 공개했다. 이는 EMC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ENC VNX를 위한 SW 스택의 가상 인스턴스로 VM웨어 ESX 서버에 설치할 수 있다. 특히 데브옵스(DevOps) 전문가 등 개발팀에서 EMC VNX와 애플리케이션 간 호환성을 테스트할 때 유용하며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소규모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다. 버추얼VNX는 테스트 용도의 커뮤니티 에디션으로 출시됐다.
스토리지 통합 운영 툴인 렉스레이의 최신 버전 ‘렉스레이 0.4’도 공개됐다. 도커와 메소스 등이 공급하는 컨테이너 런타임을 위한 스토리지 접근성을 제공한다. 특히 렉스레이는 일반 스토리지부터 가상화, 클라우드를 넘나들며 진화된 스토리지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클라우드 파운드리, 도커, 쿠버네티스, 메소스 등의 환경에서 스토리지 자원(리소스) 분배를 가능하게 해주는 오픈소스 스토리지 스케줄러 ‘폴리’도 오픈소스화됐다. 기존의 컨테이너 스케줄러가 오직 컴퓨트, 메모리, 네트워크 리소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과 달리 폴리는 오픈 프레임워크로 다양한 컨테이너 솔루션을 위해 스토리지를 통합한다.
자사 서비스에 오픈소스를 적용, 확대한 사례도 있다. 2012년 EMC는 빅데이터를 통한 혁신의 가속화를 위해 가상 테스트환경을 제공하는 ‘그린플럼 애널리틱스 워크벤치(Greenplum Analytics Workbench)’ 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1000개의 노드 클러스터로 구성됐으며 아파치 하둡 코드 기반의 유효성 검사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1000대의 서버가 실제로 운영되는 환경을 가상화하며 하둡을 테스트할 수 있다.
서버, 네트워크, 가상화 솔루션, 관리 SW 등이 합쳐진 ‘하이퍼 컨버지드 어플라이언스’에는 오픈스택을 적용했다. 지난 5월 EMC V엑스랙 시스템 1000의 오픈소스 기반 뉴트리노 노드를 발표했다. 내장된 자동화 기능을 통해 단시간에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며, 클라우드 프로비저닝에 소요되는 시간을 1시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뉴트리노 노드의 V엑스랙 시스템 서비스형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들은 클라우드 환경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고 간편하게 개발, 운영할 수 있다.
비록 EMC 자신조차 델에 인수됐지만, EMC는 그동안 다양한 업체를 인수합병(M&A) 했다. EMC의 M&A 역사상 성공작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지난 2003년 인수한 VM웨어다. 델이 EMC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인수 이유가 VM웨어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VM웨어는 당시 6억3500만달러에 EMC의 품에 안겼다.
2010년에는 DW업체인 ‘그린플럼’을 인수했고, 2012년엔 ‘피보탈 랩스’를 인수했다. 1년 후 EMC는 그린플럼과 피보탈랩스, VM웨어의 클라우드 파운드리, 스프링 프레임워크 등을 묶어 피보탈SW로 분사시킨다. VM웨어와 피보탈도 델 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로 현재처럼 유지될 예정이다.
2015년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의 일환으로 핵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이동 가능하게 지원하는 ‘버투스트림(Virtustream)’을 12억달러에 인수한다. 버투스트림은 SAP S/4 HANA와 같은 핵심 업무용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서 라이프사이클(제품수명주기)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능하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 본 ‘글로벌 IT기업의 오픈소스 SW 전략’은 디지털데일리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공개SW역량프라자(http://www.oss.kr)가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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