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끝나지 않은 베네수엘라발 MS 윈도 대란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12월 23일,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은 베네수엘라로 쏠렸다. 환율 차액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10 홈’과 ‘윈도10 프로’, MS 오피스 등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소식에 너도 나도 베네수엘라 MS의 온라인 상점(MS 스토어)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난데없이 ‘베네수엘라 윈도’가 1위에 올랐다.

베네수엘라의 정부 공식환율은 1달러에 10볼리바르. 원래대로라면 약 230달러에 판매돼야 하지만, 시장 환율이 적용되면서 윈도10프로와 윈도10 홈 제품이 각각 2299볼리바르(한화로 약 4000원), 1299볼리바르(2300원)에 판매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윈도10프로와 윈도10홈은 현재 국내에서 각각 31만원과 17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베네수엘라 MS 스토어에 접속했고, 구매에 성공했다. 블로그와 커뮤니티에는 구매 방법까지 공유됐다. 이중 일부 사람들은 이를 중고나라 등에 되팔기 위해 수십~수백, 많게는 수천카피씩 구매를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S의 크리스마스 선물’, 혹은 ‘베네수엘라발 윈도 대란’이라고 불리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MS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가격을 미국 달러 기준으로 바꿔버렸으며, 이후 전액 환불 결정을 내렸다.

26일 오전 MS는 구매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베네수엘라 MS 스토어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주문 내역에 올바른 주소가 입력되지 않았다”며 “여기에서 구매한 제품키는 72시간 내에 무효화될 것이며 MS 제품 구매를 원하면 각 국가에서 구매하라”고 안내했다.

이렇게 무마되는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국내 법무법인 유인로(YOU IN LAW)의 유인호 변호사가 베네수엘라 MS 스토어에서 윈도10 1카피를 구매한 A씨를 대리해 MS가 환불을 취소하고 구매한 윈도10을 제공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상 배송 주소지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방식(ESD, Electronic Software Downloads)의 경우, MS가 제시한 지역제한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제한은 애초 물리적 배송이 이뤄지는 판매계약에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MS의 약관 곳곳에는 판매(purchase)와 이용(download)를 구별해 사용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은 ESD 판매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MS 온라인 스토어에서 지역제한을 적용하려면, 특정 지역의 IP로 제한하거나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접속이 불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MS 측이 이 같은 제한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유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서 유 변호사는 MS의 강제 환불이 철회되고 개인목적으로 구입한 이용자들은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그는 구제절차와 법리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구매자에 대한 변호는 제외할 방침이다.

이번 소송 결과는 다른 국가의 구매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이번 사건으로 디지털 시대의 소프트웨어 구매에 대한 기업들의 가격정책이 다시 한번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언제든지 IT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클릭 하나로 빌려 쓸 수 있는 클라우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서버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모른다. 고객이 사용하는 서버는 일본에 있을 수도 미국에 있을 수도 있다.

또 우리는 글로벌 쇼핑 시대에 살고 있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는 미국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구매하고 배송받는다.

글로벌 시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많다. 이런 돌발 상황에선 당황스럽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응 매뉴얼이 없기는 글로벌 IT기업도 마찬가지다. 소송의 취지는 그럴듯하다.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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