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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 ‘中 사드 보복’ 이전부터 역차별…문체부도 촉각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게임 시장에도 여파가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 ‘한국게임의 판호(版號, 중국 내 유통허가)가 금지됐다’는 얘기가 퍼졌지만 ‘이미 역차별을 받고 있어 달라질 건 없다’며 체념에 가까운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게임과 달리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이 상당 기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도 이 같은 업체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사무소와 현지 진출한 업체들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피해 사례를 확보하는 중이다.

◆지난달만 해도 ‘사드 영향 제한적’ 관측 우세=이달 초 ‘한국게임의 판호 금지’ 얘기가 나오기 전만해도 업계에선 사드 보복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앞서 중국에 진출한 게임은 이미 ‘현지 게임’으로 인식되는데다 최근 중국 진출을 노리는 게임들은 고도의 현지화를 거쳐 중국산 게임 수준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게임명도 모두 한자로 바꿔야 한다.

또 게임의 판호 허가부터 서비스까지 현지 퍼블리셔가 전담하고 수익분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때문에 ‘설마 게임에까지 사드 여파가 미칠까’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퍼블리싱을 맡은 업체들까지 일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광 등 여타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가시화될 때에도 게임업계가 다소 느긋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월 들어 ‘한국게임의 판호 금지’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결국 ‘판호 금지’…텐센트는 다를까?=업계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한국 게임의 판호를 금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중국 업체에 구두 하달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은 ‘무기한 연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업체는 넷마블게임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초대박을 터뜨린 ‘리니지2 레볼루션’의 현지 수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넷마블 측은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판호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텐센트가 커버를 쳐 준다더라’하는 얘기가 동시에 나온다. 만일 판호가 발급된다면 텐센트의 중국 내 입지가 재차 증명되는 동시에 게임 관련 사드 보복은 설레발 또는 업체별로 달리 적용되는 또 하나의 역차별 사례로 남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가 나오지 않을 경우 국내 어떤 모바일게임도 한동안 중국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텐센트와 중국 정부 간 ‘꽌시’(관계)가 사드 보복 기조에서도 여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판호 금지’해도 달라질 건 없다?=판호는 게임 유통허가 제도를 뜻한다. 때문에 이 판호가 외산 게임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외산 게임들의 판호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중국 퍼블리셔와 손잡고 판호를 기다리는 국내 업체 대표는 “게임명을 다시 바꿔 중국게임으로 포장을 고민 중”이라며 “한국게임의 판호가 나오지 않는 건 맞다. 체감상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서 “업무 진행이 안 된다. 근래에 판호를 받은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게임이 밀려있긴 하나 중국산 게임의 경우 판호를 받는데 문제없는 상황이다. 업체 대표는 “물량이 밀려있어 시간이 걸리는 건 맞긴 하나 중국 게임들은 6개월까지 보지 않는다. 길어도 3~4개월”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역차별 확인, 모니터링 중”=최성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최근 판호 발급 현황과 관련해 “통계적으로 보면 중국 게임에 판호를 주고 우리나라 게임뿐 아니라 외산게임에 판호를 적게 주는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지 몇몇 업체에서 ‘한국게임의 판호 발급이 금지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아직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뒤섞여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드 보복 이전부터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이 지연되고 있어 사실상 ‘이미 판호 금지’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드 보복 이전과 이후가 달라질 건 없는 셈이다.

최 과장은 “지난달 말까지 판호가 안 나온 건 맞다. 자국보호주의 강화 통상의 이슈”라며 “지난주부터 (사드 보복에 따른 판호 금지) 상황이 달리진 부분들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간 공식적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 측은 ‘사드 보복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간에서 알아서 판단하고 제재 중이라는 것이다. 최 과장은 “중국 정부에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사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업의 개별적 접근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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