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오보, 막말, 편파방송 지적을 받았던 TV조선이 결국 재승인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결정해 법과 원칙에서 어긋난 의사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여기에 강력한 승인조건을 내걸었다고 하지만 조건 이행실적 점검 기간이 짧은 것을 제외하면 타 종편에게 부과된 조건과 차이가 없어 승인조건에 대한 논란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방통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 JTBC,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관심을 모았던 TV조선은 총점 1000점 중 625.13점으로 승인 기준인 650점에 미달했다. 채널A는 661.91점으로 승인점수를 충족시켰다. JTBC는 TV조선보다 무려 100점 이상 높은 731.39점으로 수월하게 심사를 통과했다.

TV조선은 400점으로 가장 배점이 많은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에서 328점으로 타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방송의 공적책임 부분(200점)에서는 108점에 그쳤고, 기획·편성·제작 계획 적절성(190점)도 95점에 그쳤다. 경영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 지원계획 평가도 가장 낮았다.

TV조선은 오보, 막말, 심의제재 건수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여기에 개선의지에 투자의지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심사위원회에서는 TV조선에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사업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위는 TV조선에 대해 오보 막말 편파방송으로 인한 심의 제재건수가 월등히 많았지만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의지 부족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해 보도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의 33.3%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밖에 2015년 이후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콘텐츠 투자 실적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 향후 5년 간 계획도 매우 소극적으로 제시한 것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심사위는 계획 대비 이행실적이 다소 부진했더라도 사업자가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 경우 시청자의 볼 권리를 감안해 재승인 기회를 부여하되 엄격한 조건을 부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2일에 이뤄졌던 TV조선 청문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TV조선은 시사프로그램 축소와 조화로운 편성, 진행자-출연자 관리 및 제재 강화를 통한 방송프로그램의 품격 제고, 콘텐츠 투자 확대 등 개선사항을 담은 개선계획을 제출,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청문주재자들은 조건부과와 관련해 구체적 개선과 실행 사항을 추적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재승인을 바로 거부하기 보다는 조건을 부과해 한 차례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승인조건의 핵심은 1년 이내에 법정제재를 3회 받을 경우 프로그램 폐지, 타 종편에서 제재 받은 진행자 출연 배제를 비롯해 법정제재를 내면 4건 이하로 감소시킬 것 등이다. 여기에 보도 교양 오락 등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할 것과 콘텐츠 투자 이행실적 제출 등도 포함됐다.

이들 조건은 JTBC와 채널A도 포함된다. 다만 TV조선의 경우 이들 조건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시정명령이 나가게 되며 이후에는 6개월 단위로 각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동일사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영업정지, 승인취소 수순을 밟게 된다.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대가는 크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조건 자체가 가혹한 것은 아닌 셈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6개월 단위로 이행여부를 관리하는 것 등은 지금까지 재승인에서 한 번도 없었던 것"이라며 "조건이행이 안됐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절차적 내용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승인유효기간은 TV조선의 경우 2017년 4월 1일부터 2020년 4월 21일까지, JTBC는 2017년 4월 1일부터 2020년 11월 30일까지, 채널A는 2017년 4월 22일부터 2020년 4월 21일까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