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국내 SW업계 CEO, “돌고, 돌고, 돌고”

백지영

(왼쪽부터)김형곤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 장인수 핸디소프트 대표
(왼쪽부터)김형곤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 장인수 핸디소프트 대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리더십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신규 시장 개척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나름대로의 비전이 제시되고 있다. SW업체들은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이미 SW업계에서 한차례 성공을 거뒀던 '검증된 인물'을 영입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CEO를 새롭게 영입한 지란지교소프트와 투비소프트, 핸디소프트 등이다.

앞서 지난 27일 지란지교소프트는 단기적으로는 코스닥 상장,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목표로 김형곤 전 투비소프트 대표를 선임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용 인터페이스·환경(UI·UX) 시장의 선두기업인 투비소프트의 창업자 중 한명이다. 지난 2000년 다른 3명의 창업자와 함께 투비소프트를 설립했고, 2010년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2014년엔 미국의 넥사웹을 인수하며 북미시장 진출을 성공시키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창립 15년이 되던 2015년 돌연 투비소프트를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면서 투비소프트를 떠났다. 그가 떠난 이후 투비소프트는 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이 자리는 이홍구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메꾸고 있다. 투비소프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도 이 대표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홍구 대표는 앞서 지난해 7월 투비소프트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이 대표는 한국HP와 델코리아 등을 거쳐 2010년부터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역임해 왔다. 이 대표는 한컴시큐어(구 소프트포럼)에 인수되기 전까지 8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던 국내 대표 SW기업인 한글과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전문경영인으로써의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현재 조상원 대표와 각자 대표를 맡으면서, 기존 UI·UX 국내 영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직접 UI·UX 영업 일선을 책임, 관리하는 한편 자회사 및 계열사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O2O 플랫폼 사업 등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는 9월 경 대표 UI·UX 브랜드인 넥사크로플랫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국내 대표 SW기업인 핸디소프트도 지난달 장인수 전 티맥스소프트 대표를 선임했다. 장 대표는 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을 거쳐 2008년부터 최근까지 티맥스소프트에 몸담아 온 인물이다. 티맥스데이터와 티맥스오에스, 티맥스클라우드 등 계열사를 총괄한 경험도 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핸디소프트는 최근 IoT 기반의 커넥티드카 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자회사인 핸디카를 설립했다. 기존에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이상산 대표가 핸디카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인수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장 대표가 이끌었던 2016년, 티맥스소프트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진수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게 되는 장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그룹웨어 등 투비소프트의 SW 주력 사업을 확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SW업체들이 최근 이처럼 검증된 전문 경영인의 영입에 나서는 것은 현재의 불안한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전적인 인물보다는 SW 시장에서 잔뼈가 굵고, 경험이 많은 CEO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기를 극복하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경험 많은 선장에게 키를 맡기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백지영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