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文 통신비 공약 뜯어보니…기본료·로밍폐지 현실성 떨어져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한 8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7대 방안은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공시제 실시 ▲기업 자발적 통신비 인하 추진 ▲싸고 편리한 데이터 이용환경 조성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 ▲취약계층 무선인터넷 요금제 도입 ▲한중일 3국간 로밍요금 폐지 추진 등이다.

이 중 지원금 상한제 폐지나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 취약계층 대상 무선인터넷 요금제 등과 같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정책방안도 존재하지만 일부 정책의 경우 실효성이 낮거나 오히려 산업 성장 가능성을 위축시켜 전체적인 ICT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본료 폐지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은데다 정부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본료 폐지는 당초 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포함돼 이동통신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문 후보가 제시한 기본료 폐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61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절감되는 요금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문 후보는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인데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측은 “기본료를 폐지하면 통신사는 요금제를 다시 개편해야 하고 그 때 새 정부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음성통화는 지금도 원가가 0원이라 무료화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가입자의 요금에서 일괄적으로 월 1만1000원을 빼주게 되면 이통3사는 수익은 적자로 돌아설 수 밖에 없게된다. 정치권에서는 연간 7~8조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에는 휴대폰 보조금, 유통점 장려금, 광고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결국, 일괄적인 1만1000원 요금인하가 현실화되면 적극적인 네트워크 투자, 이용자에 대한 단말기 지원금 지급, 이에 해당하는 요금할인 20% 적용, 유통점에 대한 장려금 지급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저렴한 음성요금제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알뜰폰 업체도 고사위기로 내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도 문 후보의 기본료 폐지 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양희 장관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때마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얘기했을 뿐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요금에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면 이통사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 도입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분리해 소비자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시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다 결국 제외됐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돼도 제조사가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특정 단말기에 제공하는 지원금 규모를 오픈할 경우 해외 이통사, 고객들로부터도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지원금이 아닌 장려금 항목으로 돌려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지원금을 쓰려면 결국 대리점 등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주가 그 돈을 지원금으로 전용할 수 밖에 없다”며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고 시장교란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 후보는 로밍 요금 폐지를 통해 3국간 더 활발한 경제, 문화적 교류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국간 로밍을 폐지하면 국내 이통사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일단 중국과 한국의 교류 인원수만 비교해도 방한하는 중국인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용량에서 우리 통신사의 손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 로밍 무료화를 원할 수도 있지만 통신주권이 강한 중국의 경우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관가의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중 로밍 무료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한동안 추진하던 사안이지만 실효성이 없어서 무산됐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통신업체 관계자는 “문 후보가 제시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상호간에 어떤 정합성을 이루는지 모르겠다”며 “무조건 내리면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사업자, 산업, 투자 등 전체적인 ICT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는데 그런 측면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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