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시바 인수전 격화... 국가간 세대결 양상 조짐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이 각 국가별 세대결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인수에 참여가 주요 기업들은 도시바의 회생을 전략적 카드로 제시하면서 인수 의지를 굳히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대기업 웨스턴디지털(WD)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도시바메모리에 위기극복용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겠다”며 “공동 운영 중인 일본 요카이치 공장에도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WD의 이 같은 조치는 도시바메모리의 해외 매각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 국민의 민심 잡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본정부도 강점인 반도체(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KKR 진영도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정부계 금융 기관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미일연합’을 맺고 일본 정부측 입장에 맞춰가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투자 펀드 KKR과 산업혁신기구는 도시바 주식의 약 20%를 계속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매체는 도시바메모리가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때 KKR이 보유한 주식을 손을 떼고 도시바를 포함한 일본 기업이 도시바메모리의 주도권을 쥐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KKR와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은 5월 중순에 열리는 2차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출자 비율과 제시 금액은 KKR가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일본정책 투자은행이 1000억엔(약 1조168억원) 이상, 혁신기구가 수천억엔을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KKR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했을 때 향후 진행될 IPO에서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시적으로만 도시바메모리를 보유하고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산케이신문은 미일연합이 인수 시 일본 기업이 미일연합에 참가하고 도시바가 주식의 일부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IPO 이후 도시바메모리의 주도권을 일본 업체가 잡게 되므로 정부의 승인을 얻기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일연합에는 도시바와 제휴하는 WD가 소액 출자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WD는 도시바와 맺은 계약을 이유로 매각을 거부하고 있지만 연합에 참가해 공동 매입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중국계인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역시 자회사인 샤프, 소프트뱅크 등을 인수 연합군으로 끌어들이려 노력중이라고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최태원 SK회장이 직접 일본 현지에 다녀왔다. 앞서 최 회장은 현장을 살피고 경영진과 만나 강한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유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귀국 후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현장에 다녀왔고 일본밖에 안가서 전체적으로 어떻다고 하긴 이른 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6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 총회까지 인수 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인수 기업에 50% 이상의 메모리 사업부 지분과 경영권까지 함께 넘기게 된다.
<조재훈 기자>cjh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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