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사파이어] IoT·3D프린팅과 접목된 ‘디지털 제조’…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다양한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분석, 3D 프린팅이 제조산업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대량생산이 아닌 맞춤형 제품이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만들어진다.
이른바 ‘주문형 디지털 제조(On-demand Digital Manufactur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제조 패러다임이 바뀐다. 산업지형도 변한다. 제조 뿐만 아니라 유통, 물류 등 관련 산업도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AP 사파이어나우’ 컨퍼런스에서도 이같은 제조 패러다임 변화는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에 제조 기업들은 제품을 먼저 만든 다음, 이를 어떻게 팔 것인가 궁리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물류창고에서 관리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출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파일만 카탈로그 형식으로 갖고 있다가 주문을 받으면,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3D프린팅 등을 이용해 즉시 제작이 가능하다.
이같은 변화에는 3D 프린팅의 기술 발전도 일조했다. 동일한 구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더 적은 소재를 투입해도 되고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생산 속도도 빨라졌다.
이번 컨퍼런스 기간 동안 만난 길 페레즈 SAP 디지털 자산 및 사물인터넷 부문 수석 부사장은 “이제는 물건도 고객이 있는데서 만들 수 있다”며 “만약 우주에서 비행선이 고장나거나, 바다 한가운데 잠수함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현장에 있는 3D 프린팅을 통해 직접 필요한 관련 부품을 바로 만들어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3D 프린팅 기술은 시제품을 넘어 이제 실제 제품 양산에 활용되고 있다”며 “항공 우주나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이 비용 효율적인 현지 생산, 맞춤화, 빠른 배송과 같은 3D 프린팅의 이점을 제조 및 공급망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AP는 기업의 핵심 시스템인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를 주도하고 있어 다른 기업에 비해 광범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과 가장 밀접한 PLM 업계의 경우에도, 전사가 아닌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 분야에만 연관돼 있다.
하지만 SAP는 공급망부터 제조, 물류 등 ERP에 속한 모든 단계의 전사 데이터를 분석해 당장 어떤 파트를 3D 프린팅으로 먼저 옮길 수 있을지부터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디자인과 부품, 가격, 구매 및 물류 프로세스를 지능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AP는 지난달 독일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디지털 제조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SAP 분산 제조 관리(Distributed Manufacturing)’ 솔루션을 출시했다. 이는 이번에 런칭한 ‘SAP 레오나르도’ 브랜드의 하나로 제공된다.
SAP에 따르면 자사의 ERP솔루션인 S/4HANA 클라우드 버전과의 통합으로 3D 프린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글로벌 물류 기업인 UPS를 비롯해 45개 고객사 및 서비스 제공업체가 참여, 시범 운영 끝에 출시됐다.
운송과 3PL(3자물류)를 제공하던 UPS의 경우, 3D 프린팅 및 디지털 제조 시대를 앞두고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에는 공장에서 고객으로 공급망이 이동했지만, 이제는 3D 프린팅의 위치가 운송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UPS는 SAP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해 ‘패스트 래디우스’라는 3D 프린팅 서비스를 런칭했다. 고객이 3D 프린팅 제작을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UPS 스토어로 전송돼 해당 장소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UPS는 미국 캔터키주 루이빌에 허브를 만들었다. 3D 프린팅 주문이 오후 6시까지 들어올 경우, 새벽 2시까지 제작을 마쳐 다음날 아침 9시에 UPS의 운송기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된다. 현재 싱가포르와 독일에서도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레즈 부사장은 “SAP는 디지털 제조 확산을 위해 3D프린팅기업과 소재, 인증 기업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것이 확산되려면 퀄리티 컨트롤(QC)이나 소재 인증 등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SAP는 여러 기업들과 표준 프로세스 정비 및 안전한 데이터 전송 등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그는 “이같은 디지털 제조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스타트업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또한 최근 호주나 두바이, 스위스 등 정부 차원에서 3D프린팅에 관심이 높은 곳들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랜도(미국)=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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