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기획 1부] ③수출 효자 ‘반도체·디스플레이’…文 정부가 뽑아야할 대못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해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품목 가운데 1위에 오르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디스플레이도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전망도 무척이나 밝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주력품목 수출 증가율 전망에서 반도체는 3.3%, 디스플레이는 5.4%에 달했다. 이 두 품목보다 앞선 것은 철강(4.6%) 석유제품(6.9%), 석유화학(11.9%)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같은 대외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전방산업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산업 전망에서 최우선 불확실성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인한 성장 정체였다. 지금의 호황은 전방산업이 잘 풀려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후방산업의 제한적인 공급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인해서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량을 적절히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우선이 분명하지만 과도한 수익성 증가는 세트업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후방산업에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는 수익이 짭짤했지만 세트업체는 그렇지 못했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조정기가 온다는 의미다.
결국 호황이라는 흐름 속에서 미래를 충실히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문재인 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 4단체(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협회)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최소·자율’ 규제와 함께 ‘단기적 고통’을 통한 지속 성장을 언급한 바 있다. ‘J노믹스’의 핵심이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산업을 규제로 옥죄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관련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 MSDS)이다.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사전에 파악하겠다는 것.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산업은 미세공정의 한계와 갈수록 난이도와 높아지는 연구개발(R&D) 비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영업비밀이 우선시되고 있다. 첨단산업은 특정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영업비밀이다. 더구나 이 재료를 얼마나 썼는지까지 밝히라는 것은 기업의 모든 생산공정에 관련된 핵심정보를 내놓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경쟁국이나 경쟁사가 악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기업이 인력채용을 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내수 투자를 극도로 회피하고 해외로 나가는 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OLED 세액공제 범위 확대 이뤄져야=MSDS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개정안은 디스플레이가 중심이다. LCD는 이미 중국과 기술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OLED로의 선진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몇몇 규제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OLED R&D 세액공제는 지난 2010년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연구·인력 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에 따라 마련됐다. 과세연도에 발생한 원천기술분야 연구·인력 개발비의 20~30%를 기업의 법인세 및 소득세에서 공제해준다. 당초 9인치 이상 OLED 패널/장비/부품/소재, 그리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패널/장비/부품/소재 업체만 대상으로 했다. 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화면크기였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OLED가 모두 9인치 이하인데다가 장비와 부품소재는 화면크기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화면크기는 자르기 나름이어서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기획재정부에 OLED R&D 세액공제 기술에 9인치 화면크기 제한 철폐를 건의하고 간담회와 관계 부처 방문 건의 및 설명을 통해 ‘패널’을 제외한 장비/부품/소재에 대해서는 화면크기 제한을 없앨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LED R&D 세액공제 대상은 여전히 폭넓은 적용범위를 가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 업체마다 강점을 가진 제품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TV는 LG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으로 하는 OLED 제품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패널/장비/부품/소재에 관계없이 적용 대상이지만 아직까지 휘지 않는 리지드(Rigid) OLED 패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이미드(PI, Polyimide)를 사용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법안이 만들어질 때 기획재정부는 AMOLED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가지고 있어 화면크기 제한을 뒀다”며 “개정안에서도 굳이 패널을 뺀 이유는 세수감소를 우려해서이지만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이 분야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서 세액공제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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