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 12주년 기획 1부]⑦ 빈번한 정책 충돌, IT서비스 규제완화 '난제'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따라 기존 IT서비스 관련 정책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T서비스 분야도 큰 틀에서는 규제 완화의 기조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조류에서 IT서비스업체가 맡아야 할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IT서비스 분야의 규제 혁신은 문재인 정부에선 재벌 개혁의 정책 기조 관점과는 다소 상충되는 부문이 있기때문에 향후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축이 된 IT서비스업계의 특성 때문이다.

◆IT서비스 규제 해소 필요성, 재벌개혁 규제와의 딜레마 =기존 정부에서는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동시에 중견,중소 IT서비스 업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로 인식됐다.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의 공공IT 사업 참여를 제힌한 'SW산업진흥법'이 대표적이다. 물론 국방 등 특정 분야에선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의 참여를 예외로 놓긴 했지만 여전히 SW진흥법은 논쟁의 중심에 있다. SW진흥법은 '반시장적' 이라는 견해와 '최소한의 규제'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SW진흥법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정책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견해에는 시장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빠져 나감으로 인해서 공공 IT 품질에 대한 신뢰의 문제, 공공 IT수출의 문제 등이 제기돼왔다. 반면, SW진흥법을 통해 정부는 중소 IT기업들의 자발적 성장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공공 IT시장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선 기존 SW진흥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기존 SW진흥법 체계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정책적 보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 담론을 실제 투자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다.

이와함께 대기업 내부 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 적용돼왔던 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정도 신사업, 신기술 등 혁신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일률적인 기존의 총량 규제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 , '금융정보' 관련 규제..."어떤식으로든 재정비 필요" = '개인정보 처리및 보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성이 존재한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개인정보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및 규칙 등 법, 제도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혼선을 피하기위해 관련 부처나 기관들은 '가이드라인'이라는 예외적 상황을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이해충돌시 당사자들간의 법적 분쟁을 더 키울 소지가 있어 바람직스럽지 않은 접근이다.

금융권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비중요 정보처리시스템’에 대해서만 외부 업체가 제공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금융보안원에서는 '비식별화 조치된 정보는 클라우드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냄으로써 정책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즉 '중요한 정보처리시스템이라도 비식별화가 됐다면 외부 위탁이 가능한가?'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관련 규제들을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일일이 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로, 최소한의 장치만 남겨놓고 기존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유사시 그 책임을 당사자들이 지도록함으로써 정부에 의한 제도적 관리보다는 선진국처럼 시장자율에 맡기는 흐름으로 가자는 지적이다.

◆'은산분리' 완화?... 규제의 관점, 여전하 시각차 = 국회 정무위가 은산분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특별법안을 올해 2월22일 심의한 바 있으나 그 이후 더 이상 진전은 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은산분리' 완화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면 1년 유예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제 여당이 된 상황에서 기존의 입장을 계속 유지할지는 유보적이다. 일단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논리적 포지션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 입장에선 여신규모가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은행과 동일한 바젤(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받지않고 유예된 상황이지만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위한 차원에서도 자본확충이 요구된다. 여기에 IT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도 필요한데, 역시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의 증자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꼭 '은산분리' 완화의 전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주주사들이 기존 지분율의 변화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를 하려면 동일한 비율로 증자에 참여해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결국 현실적인 방안은 은산분리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산압자본의 은행지배를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보완수단을 찾는 정책적 절충이 시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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