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안방에서 역차별이라니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어떤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 모두 다른 나라에 가면 해당 국가의 법과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우리에게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다른 나라에서는 중범죄가 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억울하든 아니던 그것이 정해진 룰이고 지켜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법이 없다면?

법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 협상은 말뿐이고 힘이 더 센 놈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세상이치다. 현지인들끼리 자율적 협약에 의해 운영되는 규약들도 외부인들은 무시하기 일쑤다. 규약을 강제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간 망 이용대가를 놓고 국내 사업자간 차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네이버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상당 수준의 네트워크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통신사의 재원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된 생태계에서 모두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부담이 필요하고 이를 인정해 국내 사업자들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자들은 과실은 따먹으면서도 의무와 책임에는 인색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엄청난 트래픽 유발에도 불구 망이용 대가를 내기는커녕 이용자를 볼모로 오히려 비용을 국내 통신사에게 전가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막대한 광고수익도 올리고 있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해외 CP들은 실질적인 서비스는 한국내에서 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서버가 해외가 있다는 이유로, 유한회사 지위를 활용해 어떤 의무와 책임도 이행하려 하지 않는다. 국내 CP들이 부담하는 비용에 훨씬 덩치가 큰 글로벌 사업자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율규약이 통하지 않는다. 자국에서는 망이용대가를 내면서 한국만 오면 앵무새처럼 망중립성만 얘기한다.

OECD를 중심으로 ‘구글세’ 도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과 맺은 조세협약도 고쳐야 한다. 서버 위치가 사업장의 본질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처럼 지사를 운영하고 실제로 운영,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 한국 기업에 준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끼리는 전체 산업과, 생태계, 동반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가 깔려있는 테스트베드,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서비스 이용에 적극적인 고객이 많은 시장일 뿐이다.

사업자간 양해, 협상이 안된다면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안방에서 우리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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