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민관협치’ 한목소리…현실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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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관으로 열린 ‘제12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워크샵’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정부의 섬세하고 과감한 지원을 요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스플레이가 나아가야 할 길은?’이라는 부제로 진행된 대토론회를 통해 각 패널은 ‘선제적·차별화 연구개발(R&D)’, ‘정부 지원의 확대’, ‘자원 집중’의 공통된 입장을 피력했다.
이미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액정표시장치(LCD) 기준으로 중국에게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이미 생산량으로는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2위로 밀려날 것이 확실시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앞서 있다지만 마냥 안심만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추혜용 삼성디스플레이 기반기술팀 전무는 “그냥 격차가 아니라 ‘초’기술 격차가 필요하다. 올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스트레처블 OLED를 내놨지만 지난해에 나왔다면 내부적으로 쓸데없는 일 한다는 소리 들었을 것”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디스플레이 관련 행사) 참석자가 줄고 있다. 그만큼 정부 지원이 줄어서다. 연구비가 없어 다른 분야로 가거나 인력유출로 인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 대한 애로사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규순 동진쎄미켐 연구소장은 “기초연구가 상당히 중요하다. 1~2년 안에 절대로 안된다. 깊이감 있는 연구를 관에서 살펴봐주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학선 울산과학기술대학교(유니스트, UNIST) 교수는 “소통의 장이 없다. 인력 교류의 장을 (정부에) 제안하고 싶다. 현장에 와서 아이디어를 찾고 공동으로 연구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도 “R&D나 기술을 실증해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산재되어 있는 팹을 하나로 모아 개방형 종합 팹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국 이곳저곳에 R&D 기관이 흩어져 있다. 반도체와 달리 종합 팹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디스플레이에 대한 이해 없이 R&D 시설을 이리저리 뿌렸다”며 “장비가 있는 곳에 가도 굴릴 수 있는 인력이 없다. 하드웨어만 준비해놨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유정열 소재부품산업정책관(국장)은 “(기간이 오래 걸리는) 소재만큼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R&D 제원에서 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많아서 부처의 컬러 차원에서 어드레스(설정)하기 어렵다”며 “예산이면 예산, 세제면 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으면 (내부적으로) 1등 분야는 알아서 하라는 반응이 나와 이를 딛고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2013년 이후 정부는 꾸준히 디스플레이 R&D 예산을 줄여왔다. 관련 R&D 예산은 지난 2013년 276억원에서 2014년 245억원, 2015년 195억원, 2016년 93억원으로 줄였다. 당시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디스플레이 분야 R&D 국책과제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었고 이후에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정부는 선제적 R&D 투자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그저 “OLED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며 정부가 R&D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투자선례를 만들어 달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학계와 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고, 반대로 정부는 기업이 먼저 나서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이면에는 유 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1등이니 알아서 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 교수는 “선도자는 길이 없다. 법칙(룰)을 만들려면 논리와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산업체나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학계에서 시작해 소재, 설계, 패널 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척하는 첨단 연구소나 실험실을 운용하면서 검증하고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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