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성토장’된 인터넷 정책 세미나…“역차별 없애야” 한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1세기 인터넷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구글이다. 이 회사는 지난 십수년간 급속히 덩치를 불려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빚었다.
국내에선 수차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사례가 있다. 조세회피 논란도 불거졌다. 구글은 국내에서 4조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대부분 국외 거래로 잡히기 때문에 버는 것에 비해 납세 규모는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다국적 기업의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구글세’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구글은 유럽에서 쇼핑 검색 서비스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선탑재 앱과 관련해 구글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학회장 이상우)가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 개최한 ‘인터넷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규제의 역설’ 세미나는 이러한 세계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구글 성토장’이 된 것처럼 비판적 의견이 제기됐다.
세미나에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학자들은 구글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국내외 기업 간 규제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데이터 다 뺏길라…‘힘의 불균형’ 우려=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은 한 레이어(계층)의 경쟁이 아닌 생태계 전체가 힘을 겨루는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통신사 레이어도 있고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플랫폼 레이어도 있으나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이 활발히 일어나는 지금 시대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자 가운데 최정점에 있는 기업이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들의 차별적 이슈가 존재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경쟁하는 상황을 들어 “(규제보다는) 진흥이 적합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며 의견을 냈다. 또 “규제 최소화되는 것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금지된 것 빼고 모두 허용하는) 규제도 괜찮은 접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 레이어에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한창 논의되고 있으나 그 이전에 ‘데이터 소유’ 문제가 불거질 것을 조심스레 예상했다. 힘의 불균형에 따라 글로벌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독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 사업을 선도하지 않으면 빅데이터 분석에 앞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다 가져가면서 (국내 기업이 확보할) 데이터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며 “레이어 하나가 아닌 전체 ICT 생태계를 강조하는 구조가 돼야 하고 데이터 생산과 소유하는 부분에선 규제보다는 진흥으로 가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망사용료 역차별…‘강남스타일 광고 대박’이 국내서 나올 수 없는 이유=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에 주로 목소리를 냈다. 그 중에서도 망사용료 부분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이목을 끌었다.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12억1000만뷰 이상을 달성, 800만달러의 광고 매출을 일으켰다. 싸이 측은 그 중 절반인 4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12억1000만뷰를 국내에서 찍었으면 망사용료만 800만달러 이상 나왔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광고 매출을 벌어들여도 망사용료로 그 이상 나갈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저작권자에게 매출 일부를 주게 되면 ‘대박난 영상’때문에 오히려 사업자의 적자가 커지게 된다.
그는 “계속 이렇게 가다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가 힘들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김 교수는 국내 사업자에만 부담이 되는 규제라면 당장 폐지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소년 심의 등 국내 사업자에게 집행할 수밖에 없는 규제라면 보다 유연성 있게 집행하되 “국내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어서 “규제프리존, 한시적 규제 완화 등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 완화와 유예 등의 제도를 도입해서 규제 영향을 검토하면서 전면 시행해야 하지 않나”라며 보다 신중한 규제 도입을 당부했다.
◆“부가가치 창출 위한 규제돼야…합의 위한 정채 모색도 좋아”=류민호 호서대학교 교수는 “망 투자비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항상 헷갈리는 게 규제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내고자 할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기 떄문에 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교수도 플랫폼 사업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4차 산업 시대가 됐을 때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산업이 무엇이 될 것인가, 결국엔 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그는 “그럼 규제의 목적도 ICT 생태계에서 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망을 어떻게 활용해서 더 나은 부가가치를 고민하는 쪽으로 규제의 목적이 정해져야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안정민 한림대학교 교수는 특정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규제가 타당한지, 이와 함께 규제가 영세기업에 미치는 역효과 등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에 그는 “새로운 규제보다는 합의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방안 모색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제까지의 규제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면 앞으로는 이런 국내외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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