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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자급제 손익계산서는?…소비자는 이익·사업자는 득실 엇갈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최대 수혜주는 누가 될까. 또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가 될까.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의 하나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 시행을 놓고 사업자마다 득실 계산이 분주하다.

단말기 자급제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기구가 설립되면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과 함께 자급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분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이동전화 서비스와 휴대폰 구매를 동시에 한다. 하지만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양판점이나 제조사 판매점 등에서 휴대폰을 구매한 뒤 이통사 대리점에서 서비스를 개통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즉,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는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놓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요금경쟁에만 몰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단말기 지원금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이통사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휴대폰 판매량이 줄게되면 단말기 제조사들이 출고가격을 낮추거나 지원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현재는 단말기 지원금이나 요금할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지만 자급제가 도입되면 이용자는 두가지 혜택 모두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에서 한 통신사의 국회 보고 자료를 인용해 자급제 도입시 6000원에서 1만2000원 가량의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인하 효과는 세밀하게 검토해야 겠지만 그 정도 효과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용자 입장에서 자급제는 지금보다 더 혜택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거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모든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하던 것에서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을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불편해질 수 있다. 또한 제조사에서 지원금 지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단말기 구매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자나 유통업체는 입장이 엇갈린다.

이동통신 3사의 경우 셈법이 복잡하다. 일단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동통신 유통시장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통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게 했던 큰 경쟁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회사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SK텔레콤의 휴대폰 유통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도 큰 타격을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에 단말기 지원금 확대까지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비용을 통제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 유통에 대한 비용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장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리다보니 회사 내부적으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시장의 막내 LG유플러스도 생각이 복잡하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지원금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잘 활용하며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왔다. 경쟁사에 비해 직영점이 많다는 점도 경쟁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단말기 지원금이 사라지고 요금만 갖고 경쟁할 경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현재의 유통구조가 성장에 더 유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단말기 매출이 사라지는 것도 부담이다.

중간의 KT는 어쩌면 가장 속이 편할 수 있다. 유통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을 극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급제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강한 유선, 미디어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급제를 강하게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통3사 모두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데 분명한 것은 요금인하 방안이 현실화 될 경우 자급제가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요금, 지원금 뭐가됐든 같은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면 매출이 성장하면서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가 회사입장에서는 훨씬 도움이 된다. 어느 기업도 매출감소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와 함께 수혜를 보는 곳도 기업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알뜰폰이다. 이통사를 통해 지원받았던 단말기 수급에 대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제4이통사와 같은 신규 이통사에게도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고가여도 제품이 잘 팔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통사가 지원금을 없애면 그 자리는 제조사들이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국회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아직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은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간 토론을 거쳐서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탄력적으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현재의 유통구조가 삼성 입장에서는 더 긍정적이다.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곳은 유통업계다. 이통사들이 단말기유통에서 손을 떼게 되면 말 그대로 줄도산에 내몰릴 수 있다. 유통업계가 완전 자급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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