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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매각 혼돈 속으로…SK하이닉스 길들이기 포석?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SK하이닉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본입찰(우선 협상 대상자)에서 베인캐피털-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함께 하는데 성공했으나 정작 도시바가 다른 매수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WD)은 물론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본입찰 탈락기업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포기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와 매각을 둘러싸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6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WD가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에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포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주장한 의결권 취득을 포기하고 대출(융자) 방식으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도시바의 의중이다. 눈치작전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WD의 공격적인 자세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WD는 도시바가 마음대로 매각을 진행했다며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제소를 진행한 상태다. 이에 대응해 도시바는 WD에 1200억엔(약 1조2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생색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

WD는 SK하이닉스를 ‘주적’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초기에는 도시바 주도의 매각을 탐탁치 않아했으나 갈수록 SK하이닉스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릴 수 없도록 저지하고 있다. 참고로 WD가 도시바에 간섭을 하는 이유는 지난해 인수합병(M&A)한 샌디스크가 도시바와 합작으로 일본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피를 섞었다는 이유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분 인수 방향으로) 계속해서 협상이 되고 있다”며 “도시바와 오랫동안 협력했고 어떻게 윈-윈(Win-Win)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의결권을 두고 WD와 SK하이닉스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전제적인 매각 일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달 열린 도시바 주주총회에서 여러 사외 이사가 해당 방안에 대해 “사공이 너무 많아 경영하는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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