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상견례한 유영민 장관, “원격지 개발 정착시킬 것”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과기정통부에서 앞장서서, 공공 정보화 사업의 원격지 개발 관행을 정착시키겠습니다. 제안요청서(RFP)가 명확치 않으니, 을을 옆에 두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8일 서울 가산동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대표들과 첫 간담회를 가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사진>은 올해 가장 주력할 분야로 개발자들의 원격지 개발 환경 정착을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기관은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를 발주할 시, 내부에 개발자를 상주시킨다. 진행 상황 등의 체크가 용이하다는 이유다.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 수행업체는 개발자를 지역에 파견시키고 출장비나 체류비 등의 비용의 지출한다. 하지만 최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SW업계에선 원격지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유 장관은 “대선 전에도 SW산업현장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10년 전에 와 있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바았다”며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했는데, 예전과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SW산업 현장문제 해결 TF를 구성했는데, 팀 이름이 ‘아직도 왜’다”라며 “이번 자리가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SW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뽑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이 ‘원격지 개발’이다. 그는 “예전에 우정사업본부 프로젝트에 간 적이 있는데, 창고 옆에다 일을 시켜놓고 불도 안 켜주더라”며 “원격지 개발을 강제 법령으로 만들어서라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격지 개발 정책이 SW산업발전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개발한 산출물을 SW기업들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유 장관은 “SW소비국에서 생산국이 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라며 “독일 SW업체 SAP가 지금의 모습이 된 것도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컴포넌트를 개발하고 이것이 회계모듈, 원가모듈 쪼개고 엮어서 ERP 솔루션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유 장관은 기존과 같이 공공 SW 사업 추진시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CNS와 포스코ICT 등에 몸담아온 IT서비스 업계 인사인 만큼, 관련 업계에선 이같은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재도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적용된 일부 공공 SW 사업에 한해 대기업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그는 “대기업이 이 시장에 다시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보통 절박할 때 본능적으로 살 길을 찾는다. 이미 이들은 상당히 다른 쪽으로 트랜스포메이션(변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SW업체 대표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태하 대우정보시스템 대표는 “흔히 SI라고 부르는 IT서비스 업계는 매출 규모는 커지지만, 수익성은 점차 낮아지면서 경쟁자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하도급법을 비롯해 SW 관련 제도 대부분이 건설사에서 온 만큼 발주 형태가 바뀌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K-SW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SW는 이종간, 이질 간 접합, 연결시키는 매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하고 싶다”며 “미래의 SW는 한 분야의 사업이 아닌, SW 자체가 미래의 인프라인만큼, 오히려 지금이 좋은 기회다. 현재의 리소스를 기반으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SMB)에 필요한 솔루션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을 확대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최근 스마트팩토리나 ERP 등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솔루션도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달라”며 “이는 결국 국내 중소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업무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신래 이카운트 대표는 “기업이 필요하면 솔루션을 알아서 도입할 것”이라며 “정부가 하는 일은 최소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유 장관은 간담회 말미에 “처음 개발자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코딩을 했다”며 “야근을 하다 통금시간이 걸려서 맞은편 여관방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 온통 거미줄 로직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안잡힌 에러를 천장구석에서 발견하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에러를 체크하는 쾌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화수목금금금을 없애고, SW 개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며 “SW 밸류체인상에서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이것이 공정한가 이러한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차차 좁혀 나간다면 일정부분 해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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