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툰도 VR로 본다…코믹스브이 양병석 대표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웹툰을 가상현실(VR) 기기로 감상하면 어떤 느낌일까.
스타트업 코믹스브이가 지난 19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VR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코믹스브이'를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코믹스브이는 현재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최호철 작가의 '골목기 거닐기' 등 6개 웹툰을 VR로 서비스 중이다.
앱 출시 이후 코믹스브이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참가해 홍보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28일 양병석 대표를 만나 VR로 보는 웹툰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양병석 대표는 과거 네이버에서 재직할 당시 웹툰과 웹소설 부문을 담당했었다. 웹툰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
VR 웹툰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난해 12월경. 네이버에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 이후 VR콘텐츠 제작에 대한 연구 의뢰를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웹툰은 영상이나 게임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제작 단가가 적게 든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높은 성능의 기기가 필요하지도 않다. 하드보드지로 제작한 VR기기에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것만으로도 감상 자체는 가능하다. 가능성에 대해 주변 전문가 및 작가의 반응도 좋았다. 양 대표는 VR 웹툰이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VR 웹툰 플랫폼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VR 기기 산업의 발전이 전제조건이다. 양 대표는 VR 산업의 흥행을 확정적으로 봤다. “기술의 진화방식이 모두 VR에 유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모바일의 발전이 센서, 디스플레이, 중앙처리장치(CPU) 산업의 발전 동력이 됐듯, VR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시점에서 각 주요 기업이 VR을 통해 저변 확대를 꾀하는 모양새다. 페이스북, 삼성, 구글이 모두 VR에 주목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VR 기술이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 자체는 아직 무르익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 VR의 국내 보급률이 낮은데 VR 웹툰이 너무 시대를 앞서 나온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양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VR 관련 기기가 출시된 것이 지난해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VR 기기가 2턴 정도 돌았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1턴 정도밖에 돌지 않은 상태다.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가 좀 늦게 풀린 만큼 보급률이 낮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고 분석했다. 양 대표는 “스타트업은 시대를 앞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코믹스브이는 애초에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양 대표는 “웹툰 플랫폼 기반의 만화 시장은 국내에서는 비중이 높지만 전 세계 만화 시장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외국 작가의 경우 세로 스크롤 방식보다 VR 방식의 웹툰 작업이 더욱 이질감 없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했다. 글로벌 콘텐츠 수급과 마케팅을 위해 직원도 모두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로 선발했다. 양 대표는 VR 웹툰은 불법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많은 웹툰 플랫폼들이 콘텐츠의 불법 유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렇다면 VR로 보는 웹툰은 모바일 웹툰보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 양병석 대표는 “모바일 세로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 대세가 되면서 포기해야 했던 만화적 표현이나 연출이 많다. 과거에 출판 방식 만화에서 표현할 수 있던 영역이 많이 줄어들었다. 360도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표현할 수 있는 화면이 크게 확장된다. 작가가 작품을 연출할 수 있는 방식과 기법도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더욱이 기존 웹툰은 콘텐츠가 소비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그림이 세밀하고 작화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노력 대비 성과가 맞지 않아 웹툰계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도 많았다. 이 작가가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코스프레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만화 마니아는 높은 퀄리티의 작화와 캐릭터를 크게 감상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실제로 만화 축제에 참가한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모델은 통상 웹툰 플랫폼과 같은 유료 과금 방식이다. 손익분기점은 앞으로 2~3년으로 잡았다. 양 대표는 "웹툰 산업은 연예계와 흡사한 면이 있다. 스타를 따라 팬이 움직이듯 웹툰 자체가 마케팅 요소다. 따라서 좋은 작가와 콘텐츠의 보유 여부가 플랫폼의 가능성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의 경우 네이버에서 웹툰 담당자 시절 얻은 만화업계 관계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산이다. 청강대에서 작가 지망생을 상대로 강연에 나서는 등 신인 작가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양 대표는 "VR 웹툰은 기존 웹툰 플랫폼과 주요 콘텐츠의 성질, 웹툰을 소비하는 이용자의 성향도 다르다. 코믹스브이는 기존 웹툰 플랫폼 생태계에서 VR까지 저변을 넓히려는 것"이라며 . VR 웹툰 생태계를 개척해 새로운 판을 짜보려는 시도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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