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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돌풍…“케이뱅크와는 다른 느낌” 은행권에 던져진 과제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카카오뱅크는 7월30일 15시 현재 계좌개설수는 82만600명, 수신(예/적금) 2750억원, 여신(대출) 226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앱 다운로드수는 148만건에 이른다.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초반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은 기존 시중 은행들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카카오뱅크도 초기에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등 안정화에 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연계 시스템 부하, CS강화 등 숙제 = 27일 대고객 서비스 개시 이후 카카오뱅크는 현재 전 직원이 비상 상황임을 인식하고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가적인 대응을 통한 고객 불편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오픈 이후 24시간 상황반을 가동하고 있으며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예비 서버를 총 가동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시스템 구축 주사업자였던 LG CNS의 상암 IT센터에 주전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재해복구(DR)센터는 KT 분당IDC에 두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운영인력과 LG CNS 개발인력이 비상근무 중이다.

또한 대외기관과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고객 유입과 불편 해소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오픈 당일인 27일 카카오뱅크의 비상금 대출 등 소액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카카오뱅크와 협력을 맺고 있는 고객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서버가 부하를 견디지 못해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의 고객신용평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은행의 여신업무가 한 때 마비되기도 했다.

현재에도 폭발적인 앱 다운로드와 계좌개설 고객 증가 및 상품 서비스 이용 관련 고객 상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IT 관련 핵심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이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고객상담센터에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임직원 외에 별도로 원활한 고객 상담과 대응을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로 하고 진행 중이다. 다만 추가인력 투입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 초반 가입고객이 몰리면서 이에 대한 원활한 대응이 필요로 하지만 향후 가입건수가 정체기에 빠져 들 경우 인력 관리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우선 외주 인력을 통해 초기 고객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첫 서비스 당일 가입단계에서 장애가 난 것 외에도 고객센터로의 연결도 원활하지는 않았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초기 급한 불은 아웃소싱을 통해 끄고 향후 챗봇 고도화 등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시중 은행, 앱 설계 처음부터 다시 = 한편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시중은행들도 당혹스런 상황이다. 수수료 무료 등 금융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 외에 IT부분에서의 차별점도 시중 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 시중 은행 스마트금융 관계자는 “케이뱅크 때와는 내부적인 반응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 오픈 때만 해도 은행앱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였다며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은행과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본인 인증시 화상통화 등 절차를 생략한 것도 신의 한수라는 평가다. 케이뱅크를 비롯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크 계좌개설, 그리고 송금 및 체크카드 한도 증액을 위해선 화상통화 인증이 필수적인데 화상통화를 통한 인증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주민등록증이나 자동차운전면허증이 훼손된 경우 인증하기가 쉽지 않고 실내에서 화상통화를 연결해도 빛 반사로 얼굴이나 신분증을 인식하는데 고객센터 직원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모바일 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화상통화 인증 성공률을 공식 수치화하지는 않았지만 고객센터에서 화상통화 인증 부분에 대한 상담원들의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개설시 화상통화 인증을 거치지 않고 타행으로의 역이체 방식으로 본인확인을 진행한다. 카카오뱅크에서 1원을 고객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무작위로 생성되는 송금인 명칭을 카카오뱅크 가입단계에 확인 방법으로 사용한다.

단일 앱으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시중 은행 대부분은 현재 모바일 뱅킹 앱과 모바일 뱅크 앱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모바일 뱅크와 모바일 뱅킹앱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카카오뱅크 앱이 나오면서 시중 은행으로선 기존 앱에서 무엇을 더 덜어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할 당시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와 어떻게 연계될 지는 아직까지 드러난 바가 없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인가를 받은 정식 은행으로서 본연의 경쟁력 확보에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초반 돌풍에서 드러난 것처럼 플랫폼으로서의 카카오가 가진 경쟁력은 카카오뱅크의 훌륭한 자산이다. 따라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외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 연계를 통해 초반 돌풍을 안정적으로 이어가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반면 무엇보다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 역량은 이번 카카오뱅크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가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카카오뱅크로 유도하는데 성공한 만큼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가 가진 플랫폼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가 됐다.

현재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위비톡 3.0’등 고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또, 아직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등 고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경우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은행들의 고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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