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IT조직 통합전략 'SSC' 후퇴...금융그룹 “다른 대안 찾는다”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한 '금융 조직 IT통합'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위한 IT통합 전략은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IT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소속 계열사들의 IT조직을 떼네 통합 IT자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그룹 IT를 지원하는 이른바 SSC(Shared Service Center) 방식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부분의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올해초 금융위원회는 '2017년 금융개혁 주요 추진과제'의 하나로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금융지주사 계열사간 고객정보(DB) 공유 및 활용방침과 함께 IT, 홍보, 구매 등 그룹내 후선업무도 ‘전담 자회사’를 통해 해당 업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주요 금융그룹 "SSC 방식은 어렵다" = 하나금융그룹은 당초 그룹내 IT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옛 하나아이앤에스) 중심으로 그룹 IT조직을 통합하는 SSC 전환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400명 수준의 IT조직을 독자적으로 유지하되 그룹내 IT역량 강화를 위해 하나금융티아이의 역할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룹 IT 운영 전략의 골격을 잡았다. 다만 KEB하나은행 IT 인력의 퇴직 등 자연 감소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 공백을 신규 충원하지 않고 하나금융티아이가 메우는 방식의 소프트랜딩이 예상된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IT통합 전략에 당장 촛점을 맞추기 보다 오히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IT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최근 단행한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CT본부를 1, 2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신한금융측은 토털 아웃소싱 형태의 SSC전략을 그룹 IT운영전략으로 추진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 서춘석 부행장(CIO / 디지털그룹장)은 최근 본지와의 질의에서 "디지털 비즈니스를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하는 상황에서 SSC가 적합한 모델인지는 고민해야 한다"며 "SSC방식 보다는 비즈니스에 더 밀착해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ICT 조직 구조와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하여 신한금융측은 그룹 IT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ICT통합 플랫폼서비스(표준 Open API 등) 및 그룹사 차원의 ICT 협업체계 구현, 디지털 기술 및 인프라 표준화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2010년말, IT자회사인 KB데이터사스템 중심으로 SSC방식 전환을 강도 높게 검토했다가 내부 검토와 외부 컨설팅을 거쳐 결국 백지화한 바 있다. KB금융의 입장도 현재로선 다른 지주회사형 금융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올해 연말 발주될 경우, 물리적으로도 그룹내 IT조직 통합 논의는 여의치 않다. KB금융 관계자는 "당시 SSC를 백지화했던 논리를 뒤집거나 상쇄시킬만한 장점이 추가로 제시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존처럼 SSC를 다시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IT부문 통합 운영을 위해 EY한영을 컨설팅 사업자로 선정, 3개월간의 컨설팅에 착수한 BNK금융그룹도 SSC방식의 그룹 조직 IT통합 계획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BNK금융측은 "이번 컨설팅은 '원 뱅크, 투 프로세스'를 구현하기위한 부산-경남은행간의 IT자원을 표준화, 통합운영하기위한 차원"이라며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SSC방식으로 IT조직 통합 시나리오를 BNK그룹 전체로 확대시킬 경우 임금 및 직급 조정 등 고려해야하는 등 난제들이 적지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SSC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대안찾기에 주력 = 주요 금융그룹들이 현실적으로 SSC가 비효율적이라고 밝히는 여러 이유중 하나는 역시 조직내 반발, 노조의 반발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에 IT자회사로 기존 IT직원들이 전직시키는데 필요한 연봉및 직급 조정 등 세부적인 문제도 난제였다. 사실상 지금까지 SSC 논의에 있어 IT 외적인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의 이러한 비 IT적인 문제외에 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밀한 고민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SSC 방식으로 전환했을 경우, IT 개발및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의 비효율에 대한 고민이 과거 보다는 보다 진지해졌다.

예를들어 기존 은행 IT직원의 SSC 조직의 IT자회사로 신분이 전환됐을 경우, 사실상 기존 업무는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개별 기업간의 IT서비스 계약인 만큼 업무지시, 책임과 권한 등이 별도로 재정의돼야하는데 이 부분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디지털금융 시대에는 SSC 방식이 과거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주요 은행들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IT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위한 기능 중심의 운영전략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현안이 있을때마다 손쉽게 IT조직을 꾸리고, 민첩하고 유연하게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운영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존 은행내 IT조직 운영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위한 것이다.

이외에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는 금융그룹 차원의 IT표준화, 넓게는 그룹 계열사를 넘나드는 범 IT조직 운영의 매트릭스 전략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그룹 IT운용 효율화로 집중 거론돼왔던 SSC 이외의 다양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