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부화뇌동(附和雷同)

윤상호
- 가계 통신비 완화, 통신사 책임 전가 부당…과기정통부, 준조세 소비자 환원 방법 찾아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부화뇌동(附和雷同). 우레 소리에 맞춰 함께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뚜렷한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의 보신주의를 비판할 때 많이 언급하는 사자성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복지부동(伏地不動)로 쓰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보는 부화뇌동 복지부동 그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손색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눈치만 본다. 특히 가계 통신비 절감 논란은 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 정부가 제안한 가계 통신비 절감책이 통신사와 소비자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소비자가 보기에 통신사는 공공의 적이다. 정부가 통신비를 내려준다고 했는데 통신사가 반대하는 모양새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통신사에게 넘기고 실행 여부까지 통신사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갈등이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표를 주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존재다. 정책으로 시행했을 때 산업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공무원의 역할이다. 가계 통신비 절감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세금을 빼고 작년 통신사로부터 거둬들인 돈은 방송통신발전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 총 1조842억원이다. 가계 통신비에 녹아있는 돈이다. 이 중 이용자를 위한 직접 지원은 260억원에 그쳤다. 이를 그대로 둔 채 통신사가 통신비를 내리라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의 또 다른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지금 과기정통부가 할 일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통보를 며칠 늦추는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통신사를 통해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거둔 돈을 세수 메우기에 쓰는 것이 아니라 통신비 절감을 위해 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돈을 전부 통신비 인하에 쓴다면 1인당 약 1만6000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전 국민의 이동통신비가 0원이 될 때까지 통신사만 압박할 것인가. 이러면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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