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과기정통부 마냥 기뻐할때 아니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결국 통신3사가 정부와의 전면소송이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통신3사는 29일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겠다는 정부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진 날이었다.

유 장관과의 간담회 이후 과기정통부에서는 통신사 대외협력(CR) 임원들의 모습들이 포착됐다. 실무차원의 협의가 아니라 유 장관에게 정부안 수용이라는 선물을 들고 온 셈이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복잡한 심경이다"며 정부안을 수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또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앞으로 매출 감소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규제해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초 통신사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은 정부안 수용이었다. 개별 통신사 입장에서는 주무부처와 대립각을 세우는게 쉽지 않았고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그룹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요금인하 정책 첫 단추를 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단추도 생각되로 될지는 미지수다.

요금정책의 경우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를 놓고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위헌이라는 볼멘소리가 통신사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또한 선택약정할인율 확대로 실제 통신사들의 단말기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정부 정책은 조삼모사 꼴이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단말기완전자급제, 분리공시도입, 단말기지원금상한 폐지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문제는 일련의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 편익 확대 측면에서는 단기적 효과가 분명해 보이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정책셋트다. 보조금도 많이 주고 요금도 많이 깎아주라는 얘긴데, 단거리 육상선수한테 마라톤 금메달까지 요구하는 셈이다. 기본료 1만1000원 공약 무산 이후 정책 목표를 요금 1만1000원 감면에 맞추다보니 생겨난 일이다.

장기적으로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이용자 혜택도 늘어날 여지가 줄어든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선택약정할인 확대가 뜻대로 됐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한숨을 돌렸다면 이제는 이용자 이익과 산업의 성장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할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