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DD탐방]‘한 층에 다 모여!’ 소통 담은 직방의 사무실 철학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직방은 현재 150여명의 구성원이 한 개 층의 사무실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한 개 층만 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도심 지역에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그럼에도 이 회사는 왜 이런 결정을 단행했을까요.

직방(대표 안성우)은 2010년 ‘채널브리즈’란 이름으로 출발해 2012년부터 부동산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입니다. 부동산 업계에 팽배했던 정보의 폐쇄성과 불투명을 개선하고자 탄생했다고 합니다. 현재 모바일 기준으로 업계 점유율은 약 60%수준, 누적 다운로드 2000만, 누적 매물 780만에 달합니다. 사실상 부동산 O2O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방은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올해 초 사무실을 이전했습니다. 당시 두 가지 조건에 맞는 사무실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바로 ‘출퇴근 접근성이 좋을 것, 그리고 모든 인원을 한 층에 수용할 수 있을 것’

판교는 직원들의 접근성을 만족시키기가 어렵습니다. 강남 지역에 이정도 규모 사무실에 입지하려면 역세권이나 대로변 입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임대료를 감안하고서 직방은 올해 초 도심 중심부인 종각에 새둥지를 틀었습니다. 소통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한 셈입니다.

탁 트인 사무실 구조는 소통에 적합하게 설계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H’자 형태로 이뤄져 있긴 하지만, 양 측면 사이로 가운데엔 투명한 유리벽으로 된 회의실이 배치돼 있어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밀착된 공간에 모아 더 마주치고, 걷다가도 더 붙잡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면 혁신이라는 기적은 저절로 일어난다” 직방의 공간 구조에도 이런 철학이 엿보입니다.

◆사무실 한가운데 웬 마을회관?=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마을회관’이라고 불리는 장소입니다. 회사 정 가운데 위치해 양 측면을 이어주는 장소이자, 회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말해주는 단면입니다.

마을회관의 용도는 다양합니다. 우선 편안한 소파와 음료가 준비돼 있어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회의에 임할 수 있는 ‘퀵미팅’ 장소로 활용됩니다. 직방은 업무 특성상 회의가 잦은 편이라고 합니다. 55분부터 정각까지 단 5분 만에 끝내는 회의도 많아 매번 회의실을 이용하기보다 마을회관을 자주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 장소를 중심으로 쉬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너무 조용한 공간은 오히려 대화를 방해한다고 여겨 ‘화이트 노이즈’를 흘려보내는 겁니다. 음악소리 보다는 더 큰 목소리로 대화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업무시간에는 재즈, 뉴에이지 등 비교적 조용한 음악, 식사시간 등 비업무 시간에는 가요나 팝 등을 틀어 분위기를 조절합니다.

마을회관답게 전 직원이 모이는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직방은 보름에 한 번씩 ‘타운홀 미팅’이라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이 자리에서 모든 직원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회사 규칙 중에도 소통에 관련된 지점이 있습니다. 직방에서는 근무 중에 이어폰을 귀에 꽂거나 모자를 쓰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이어폰이나 모자가 말을 걸고 눈을 마주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예외의 장소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고 이름 붙은 장소인데요. 이 장소는 오로지 업무 집중만을 위한 장소라고 하네요.

직방 사무실에 지정 좌석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위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사내 권위주의 타파에 도움이 됩니다. 통상적으로 회사의 좌석 배치는 직급의 고하를 반영해 구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 대표, 임원의 방이 따로 있고 부장, 팀장은 T자 형 책상 구조의 가장 상단에 위치합니다. 비권위적인 사람이 상사라고 해도 자리 자체가 주는 위압감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정석이 없고 파티션이 없는 이 시스템은 빠른 소통과 협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바로 옆 자리 사람과 대화가 용이하고 필요할 때 옆 부서 직원들과 한 테이블에서 프로젝트 회의를 진행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전 직원은 퇴근시간이 되면 개인 소유물을 모두 사물함에 보관하고 퇴근합니다. 여기엔 대표도 예외가 없습니다.



◆‘워라밸’과 성과는 같이 간다= 출퇴근 시간은 9시 30분 출근, 저녁 6시 30분 퇴근이 원칙입니다. 이를 장려하기 위한 장치가 재미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마을회관에는 커다란 오렌지색 조명이 있는데, 퇴근 시간이 되면 이 조명등이 붉은 색으로 바뀝니다. 자연스럽게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입니다.

칼퇴근이 원칙이지만 업무강도는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직방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즉 워라밸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는 업무 시간 동안 높은 밀도로 업무를 끝내고 저녁엔 개인의 삶은 즐기자는 분위기를 뜻합니다.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5~10분 단위의 퀵미팅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시간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회사 철학도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칼퇴근만 바라보고 입사했다가 업무강도에 놀라는 신입사원들도 종종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매달 각 10만원씩 레슨비와 체력단련비가 지원됩니다. 이 지원금으로 어떤 것을 배우든 상관없습니다. 업무 관련한 도서 구입비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매년 최대 2주까지 쓸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 및 항공비 최대 100만원을 함께 지원합니다.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많은 것을 배우라는 의미에서 항공비를 복지에 포함했다고 합니다.

사무실 내 식물이 많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식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업을 잘 할 수 없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과거 VC(벤처 캐피탈)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투자 대상 회사에 방문하면 꼭 식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식물의 관리 상태는 회사가 기본 디테일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를 반영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현재는 50여개의 화분들이 사무실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관리하는 직원들이 직접 이름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어느 떡갈나무 화분의 이름은 ‘떡잎부터직방’이라고 하네요.


◆이 회사는 어떤 사람을 채용하나?= 회사의 규모가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신입사원의 최종 면접은 대표가 직접 봅니다. 대규모로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대신 인원을 하나씩 정성들여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직은 신입사원보다 경력직 채용 비중이 높습니다.

채용 절차는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과정이 차이가 있습니다. 비개발자는 서류전형-부서장면접-CEO면접의 3단계로 진행되며, 개발자는 서류전형-실무테스트-실무면접-CTO면접-CEO면접으로 두 단계가 더 있습니다.

인재상은 ▲합리적 사고 ▲선택과 집중 ▲소통 ▲책임감 ▲윤리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부서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수단이다’라는 신입사원 교육지침도 인상 깊습니다. 회사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회사에서 얻는 경험, 관계, 즐거움이 나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면접을 준비할 때는 실무 이해도 역시 중요하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잘 준비돼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방 채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직방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서 채용 카테고리를 참고하면 됩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