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잡는 조용한 전쟁…현대車가 반도체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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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소음·진동 방지(Noise, Vibration, Harshness, NVH)를 위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단순히 소음과 진동을 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갖가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자동차를 개발하고 ‘타임투마켓’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멘토지멘스비즈니스의 오토모티브 솔루션을 활용해 NVH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멘토는 시높시스, 케이던스와 함께 3대 반도체 설계 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업체로 A2B 애널라이저 시스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DRS360 등 자동차 관련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NVH 자체에 관심을 보인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당시 풍동 실험실에서 북미에 출시한 신차의 소음을 측정했을 때 경쟁사보다 수치가 낮았지만, 막상 시장에 출시했을 때 가장 나쁜 결과를 얻어 내부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는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무척 복합적이어서 엔진은 물론이고 바람, 도로, 타이어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요소를 고려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반도체 기술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환경을 꾸며 어떻게 소음이 발생해 실내로 유입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전사적으로는 현대오트론과 현대케피코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오트론은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연례 컨퍼런스 ‘NI위크’를 통해 ‘차세대 제어기 IBU(Integrated Body Unit) 자동화 평가를 위한 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 구축’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IBU는 자동차의 바디(Body)를 제어하기 위한 부품이다. 스마트키, 도어록,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등이 포함된다.
HILs의 주요 용도는 실제로 테스트하기 어려운 환경을 모사(模寫)하는 것에 있다. 전자제어장치(ECU)가 자동차가 현재 달리고 있다고 판단하도록 꾸미고 다양한 요소를 적용해 실험실 환경에서 원하는 만큼의 테스트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현대오트론은 6개월이 걸리던 1만5000번 이상의 스마트키 테스트를 NI가 공급한 HILs를 통해 1개월로 단축했다.
현대케피코는 ECU 양산라인에 적용되는 테스트 시스템에서 필요한 장비를 발주하고 들여오기까지만 10개월을 썼다면, 지금은 자체 개발에 같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ECU 하나를 테스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0초. 이 시간동안 2만 번의 검증이 이뤄진다. 덴소, 보쉬와 같은 세계적인 티어1(1차 협력사)과 비교해서도 10~15%가 더 빠르다.
현대자동차는 실내 소음으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핸즈프리 시스템에도 반도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하울링과 목소리가 두 번 반복되는 더블 토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회로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이 자동차의 NVH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측할 수 있고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세계 시장이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짧은 기간에 고객이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 자체가 새로운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에 걸맞은 새로운 개발 도구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며 이제까지 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며 “그래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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