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정현안과제로 올려서 범부처 과제로 가지고 갈 생각도 가지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공공SW사업 제도개선을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할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중앙우체국 국제회의실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SW생산국 도약을 위한 “아직도 왜”’ TF에서 마련한 공공SW사업 제도개선 방안 집중 토론회에선 정책의 실행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공공SW시장의 발전과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소프트웨어산업개정안 등 법적, 제도적 지원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SW업계가 느끼는 부조리 등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토론회 참가자들은 법과 제도의 문제보다는 이를 실행하는 실행력에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 이날 7차 회의에서는 원격지 개발에 대한 참석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했다.
▲국민대 이동희 교수 : 6차례에 걸쳐 TF활동을 해왔고 예전부터 문제점이 개선되도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TF 이름이 ‘아직도 왜?’다. 법과, 제도,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이 문제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공공부분의 원격지 개발 등에 대해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행자부 김엽 정보자원정책과장 : 정부시스템 운영지침 41조에 작업장소에 대한 언급이 있고, 사업 장소가 협의될 수 있는 등 규정은 있다. 다만 국가보안업무 지침이 대외비로 설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규정된 것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는 국정원 지침이어서 우리가 수정할 수 없다. 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아무리 말을 해도 소관기관이 먼저 고쳐야 한다.
원격지의 경우 이는 헤드카운팅을 안한다는 것인데 이는 효율성이 높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시일이 흐르면 결국 원격지 개발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이 독식하게 될 것이다. 지방 기업들은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집중화될 우려가 있다.
▲심기보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세부적인 요구사안’이라는 말이 애매하다. 기능단위까지 분석해 계량화할 수 있는 등 세부적인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요건정의의 경우 전문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발주자 측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이것이 없으면 변경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급계약 중심을 다변화할 필요하다. 요구사항이 분명한데 계량방법이 불명확할 때, 요구사안이 불분명한 경우 등의 구분을 둘 필요가 있다.
제도를 고치는데 시간이 걸린다. 대동법이 실행되는데 100여년이 걸렸다. 과기정통부가 먼저 실행하고 산하기관이 실행해 다른 부처로 파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진모 IT서비스산업협회장 : (정책이)실행이 안 된 것이다. 미래부 시절에도 유지보수요율 이슈가 있을 때 10%, 15%로 상향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는데 결국 실행이 안되고 있다. 이번 TF에서 논의된 것이 하나라도 바로 적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
헤드카운트의 경우 이미 안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보안이슈도 원격지 기준이 거리에 두고 있지 않다. 발주처 외부 사무실에서 보안성심사 기준을 넘어가는 수준에서 이미 하고 있다.
원격지 개발로 인한 지방경제 활성화 등의 문제는 대기업의 경우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등 시장에서 정리는 되어 있다고 본다.
▲한국SW산업협회 조영훈 실장 : 국내에 9000여개 SW회사가 있다. 최근 부산지역 회원사를 방문했다. 원격지 개발 불균형에 대해 그들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곳이 많다. 지금은 (자신들)중심적으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원격지 개발이 되면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서울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놓으면 사업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조미리애 VTW 대표 : 원격지 개발에 찬성하는데 물론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불리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이유는 ICT산업이 실력이 날로 하향되고 있다. 9000여개 SW업체들이 있는데 정부 정책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쪽에 치중하다 보니 실력을 쌓는 업체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본다. 9000개 기업을 각각 들여다보면 SW 인력 공급만 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들까지 고려하다 보면 SW산업의 역량은 하향 평준화될 것이다. 지역 업체에 대한 장려책은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이유로 원격지 개발이 지연이 되면 헤드카운트가 활성화되고 이는 산업을 저해하는 정책이다. 헤드카운트 때문에 인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SW기업이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원격지 개발과 과업범위 확정은 과도한 진흥책이 아니라 공정한 산업에서 공정한 계약을 위해서 선결해야 하는 문제다. TF 결과가 지침이나 개정에 끝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임춘성 SW정책연구소 연구조정 실장 : SW기업이 9000여개에 달하는데 영세하다. 100명 미만 기업이 92%. 30명 미만이 60%에 달한다. 원격지 개발에서 중소기업이 없어지고 규모가 있는 기업이 혜택을 입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반대로 이제는 규모의 기업이 나와야 한다. 보안문제도 오늘 있다 내일 없어지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이 국가 중요 사업을 하고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데 오히려 규모 있는 기업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발점이 원격지 개발이 될 것이다
▲공공발주자협의회 조창희 회장 : 세종시에서 근무하는데 SW 원격지 개발 찬성한다. 세종에 제대로 된 기업이 없다. 개발을 하는데 사업관리는 대기업이 잘해줬는데 사업참여 제한 이후 불편해졌다. 수준 있는 개발업체를 찾을 수 없다.
▲곽병진 소프트웨어산업과장 : 원격지 개발은 보안이 가장 우려된다. 보안성 심의 관련 그동안 국정원과 실무적으로 협의해왔다. (국정원의)분위기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다만 규정으로 명확화되는 것은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행자부 김엽 정보자원정책과장 : 원격지 근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자원정책과장으로 오면서 헤드카운팅 지침 등 규정을 바꿨다. 다만 문제를 지적한 것 뿐이다.
▲정운열 LG CNS 공공사업담당 상무 : 실행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일이 많다. 하나하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법제도 개선을 해왔는데 실행에 들어가면 안 맞는 것이 나온다. 그러면 빨리 바꿔줘야 하는데 잘 안된다. 법이 시행한지 얼마 안 되더라도 안 맞는 것이 발견되면 빨리 바꿔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태열 본부장 : 사실 규정 등이 잊히는 과정이 반복됐다. 하나라도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규정이 이행되는 것에 대한 점검을 최소 1-2년 계속해서 모든 사업에 대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KCC박희성 상무 : 행안부, 조달청 지침 등이 있는데 부처 간 지침만 개선되고 서로 연계가 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헤드카운팅은 과거 정통부는 없앴지만 조달평가 부분에는 헤드카운팅이 아직 나와 있다. 총투입인원수를 명기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해당하는 내용 문구 등을 각 부처별로 조율해 고쳤으면 한다.
▲조미리애 VTW 대표 :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추적해야 한다. 공공부문 사업수행계획서에 기관들이 그동안의 관성대로 들어올 인력을 다 적으라고 한다. 감사 기준은 사업수행계획서에 있는 인력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따진다. 행안부 지침도 그렇다. 수행과정에서 감리나 주간보고, 월간보고 등 인력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절차 별로 한사람마다 끝까지 모니터링하고 계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기보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도급계약에선 인력이 아니라 성과물과 산출물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원격지 개발도 성과물, 산출물만 고려되면 된다. 물론 시급계약과 같은 경우는 헤드카운팅이 필요하다.
▲조달청 이상윤 과장 : 제안서 기준에서 실제 평가해보면 머릿수 많다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다만 업계에서 제안서를 쓸 때 유리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머릿수를 많이 적어 넣는다. 그러다보니 경력 위조 등 허위제출도 많아진다.
결국 산출물에 대한 평가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리 등을 철저하게 해야 하긴 한다. 사전에 계약자를 선정하다 보니 가격경쟁 등이 일어난다.
제안요청서 명확화의 경우 현장에서 SW업체들이 발주업체들에 부당한 요구를 받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대안으로 TF에서 제안서 작성 적정성 평가단을 만들어서 심사하자는데 이는 과하다. 일단 발주자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예산 규모 등을 이유로 사업을 돌려보내면 사업기간이 오히려 줄어든다. 근본적으로 설계부분과 구축 분리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것이 제도화되면 제안요청서 명확화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태열 본부장 : 요구상황명확화 세부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업은 시작했다.
▲유영민 장관 : 지난주 경제관련 장관회의서 공정위원장이 기술 유용행위,(대기업-중소기업, 갑-을) 근절대책을 보고했는데 제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제안서 넣으면 대기업이 이를 자산화 하는 것에 대한 문제 등을 제기했다. 오늘 국정현안 회의에서도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샌드박스에 대해 각 부처별로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모두 과기정통부와 관련성이 참 많다. 이 논의도 관련이 있다. 신기술, 신산업 영역(드론, 자율자동차) 등은 일단 하고 후 규제(안전문제 등)를 고민해야 한다.
실행력을 얘기하시는데 문제와 대책은 이미 얘기됐었던 것이다. SW현장은 왜 아직도 월화수목금금금이냐, 제값을 왜안주고 있느냐, 발주자 수준은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느냐는 의문에서 TF가 출발했다. 실행력이 문제인데 뿌리를 뽑는다는 각오다. 이 부분에 있어서 처절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 설득력과 신뢰를 얻으려면 정성적 부분과 정량적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
원격지 개발의 경우 1990년 말, 2000년대 초에 내가 실제 발주해 해봤다. 15년도 더 된 얘기다. 인도에서 했다. 그 당시 오프쇼어 방식이 해외에선 보편화된 시절이다. 중요한 것은 원격지 개발을 하면 발주자의 역량이 올라간다. 발주자의 문서화와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원격지 개발 못한다. 이 부분은 우리 부처먼저 할 수도 있다.
오프쇼어링은 의지의 문제다. 발주자와 SW사업자에게 그동안 헤드카운팅이 가장 쉬었다. 역량이 발전할 수 없었다. SW는 창의성과 그에 대한 SW대가를 받는 것인데 종살이 하는데서 뭘 기대하겠는가? SW강국을 꿈꾸는 입장에서 해법은 원격지가 될 것이다. 시범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대한 내 주문은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모니터링, 평가를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해야 한다. 관련 부처에 공유해야 한다. 이 사안을 국정현안과제로 올려서 범부처 과제로 가지고 갈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각 부처별 규정이 상이해 미스 매치되는 것도 일별해야 한다. TF 추후 논의 계획상에 SW밸류체인 등 민감한 문제도 있는데 이는 비공개로 다뤄야 할 것이다. 다만 내가 민감한 문제까지 다루겠다는 것은 굉장히 절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