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애플 그리고 권불십년(權不十年)

윤상호
- 지루했던 아이폰10 발표, 보통회사가 된 애플의 현주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열고 제품 발표회의 흐름을 바꾼 애플이다. 첫 아이폰이 등장한지 10년이 지났다. 아이오에스(iOS)를 바탕으로 한 생태계도 막강하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맹목적 팬덤 역시 다른 기업엔 없는 힘이다.

한국시간 13일 새벽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한 설명회는 지루했다. 기사를 써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 신사옥 설명 20분 ▲애플 소매점 설명 20분 ▲애플워치3 설명 20분 ▲애플TV 4K 설명 20분 ▲아이폰8·8플러스 설명 20분 ▲아이폰10 설명 20분 기능 나열식 설명이 이어졌고 핵심 기능 시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역시 애플’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가 없어서였을까.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말이 많아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척 하고 꺼내기만 해도 놀라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니 일일이 뭐가 좋은지 설명이 불가피해졌다. ‘혁신은 없었다’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앞서서 길을 이끌어왔던 회사였던 탓에 길을 잃은 모습이 도드라진다. 아이폰10만 해도 ‘페이스아이디(ID)’ 외에는 다른 업체가 먼저 채용하거나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 때부터 공을 들인 분야다. 전면 화면 극대화는 LG전자가 ‘G6’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카메라는 소니와 화웨이가 변화를 주도했다.

그동안 애플이 스마트폰을 주도했던 동력은 남이 먼저 시작했지만 새롭고 편리한 사용법을 제시하고 제품에 녹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뛰어났던 것은 첫 등장 때부터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상향평준화와 안드로이드 OS의 고도화는 애플만의 경쟁력을 모든 회사의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하드웨어적 혁신은 기존 제조에 강점을 가졌던 회사가 주도하게 됐으며 소프트웨어적 변화는 다른 생태계의 다른 방향으로 여겨지게 됐다. 이제 애플이 앞서는 것은 제품명 숫자밖에 남지 않았다.

보통 회사가 된 애플이 스마트폰 양강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까.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애플의 다른 제품이 모두 그랬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선두에 올라섰지만 폐쇄성 탓에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이대로라면 스마트폰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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