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탐방] 모르는 직원끼리 밥먹는 문화…티몬은 왜?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티몬의 재미있는 문화 중에 ‘족팡매야’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중국 광동어로 ‘吃饭没呀(밥 먹었니?)’라는 단어에서 따왔습니다. 티몬 직원들을 스스로 '티모니언'이라고부릅니다.
'족팡매야'는 티모니언을 임의로 4인 1조로 회사에서 묶어, 같이 한 끼 식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식비는 회사에서 지원하니, 식사 후 ‘인증 샷’ 하나만 찍어서 남기면 됩니다.
모바일 커머스 기업 티몬(대표 유한익)은 직원끼리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10년 5명으로 시작할 당시부터, 회사 구성원의 자연스럽고 원활한 소통이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직원 수가 14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 규모일 때 장점을 어떻게 지켜나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덩치는 커졌지만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족팡매야 같은 참신한 시도 역시 그런 고민의 결과 중 하나입니다.
처음 보는 티모니언 넷이서 밥을 먹으려니 처음엔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같이 밥 한 끼 먹는다고 눈에 띄게 사이가 끈끈해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무리가 있습니다(물론 굉장히 친해지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친해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저 사람이 우리 회사 사람이구나’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부서에 업무 상 요청을 할 일이 있더라도 얼굴을 아는 직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습니다. 회사에 아는 사람이 적은 경력 사원일수록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차이들이 업무 진행과 협업을 수월하게 하고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합니다.
비슷한 취지의 제도 중 ‘리더 가둬두기(비 더 로켓)’라는 것도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티몬의 관리자 직급인 ‘리더’들을 오후 내내 한 회의실에 몰아넣는 제도입니다. 특정한 회의 안건이 있어서 모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업무를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두면 일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들이 모여 있으면 우선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전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기가 용이합니다.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는 회사 워크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티몬은 창사 기념 워크숍인 ‘에너지데이’를 가고 싶은 행사, 모든 직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모든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도입했습니다. 올해 5월 열렸던 에너지데이에서 가장 좋은 호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은 아마 ‘세발 자전거 경주’였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세발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한다는 발상도 재미있지만, 누군가 ‘경마처럼 참가자들에게 배팅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에너지데이 행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 머니로 진행되긴 했지만 실제 경마장 이상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많은 직원들에게 즐겁고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습니다.
동호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축구, 야구, 밴드, 영화는 물론이고 레고, 우쿠렐레, 꽃꽂이 등 독특한 주제의 동호회도 많습니다. 동호회 활동엔 달달이 지원되는 예산외에도 ‘숙원사업비’가 추가적으로 지원됩니다.
동호회 회원들만 즐기는 대신 동호회에서 나온 결과물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꽃꽂이 동호회는 만들어진 작품을 사내에 전시하고, 그림 동호회는 회사에 벽화를 그리는 식입니다. 밴드는 사내 행사에 찬조출연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향들은 신현성 전 대표의 생각이 많이 반영됐습니다.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직원들 간 의견과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뤄져야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잡플래닛’ 등에서 직원들이 작성한 후기를 보더라도 기업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티몬은 직원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학용품 등을 모은 기념 선물을 제공합니다. 다만 기성품을 사서 보내주는 대신 하나하나 직접 선물을 모으고 물건에 아이의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크게 붙여서 선물했습니다. 돈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이름이 불린 것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합니다. 작은 정성과 감성이 큰 감동을 선물한 셈입니다. 회사의 복리후생이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티몬의 복지 제도들은 정말 ‘깨알’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못한 직원들을 위해 빵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지만 매주 화요일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매일 지급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기대감이 떨어지거나 빵에 물리고 실증난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기다림을 줘서 기대와 효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갔다는 것이지요.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초단기 휴가 ‘슈퍼패스’도 그런 맥락입니다. 연차와 별도로 1년에 8회 부여되는 이 휴가는 연차나 반차를 쓰기 애매한 사정일 때 유용합니다. 치과진료, 은행 업무, 집에 잠깐 다녀와야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무실 내 비치된 음료수 냉장고, 아이스크림, 안마사 지원,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건강검진, 헬스, 건강검진 등 갖출 만한 복지는 다 갖췄지만 감성 복지에 좀 더 포인트를 뒀다는 겁니다.
◆‘수평적 vs 수직적’ 티몬의 고민= 회사가 커지면 과거 스타트업 시절의 방식이 물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몸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티몬 역시 직원 간 상호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호칭만 바뀐다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편한 대화를 지향하다 예의를 잊은 대화로 넘어갈 수도 있고, 이는 회사도 바라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 결국 수평적, 수직적인 문화의 균형점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가가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티몬이 찾은 방법 중 하나는 의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창구를 많이 열어주는 것입니다. 신문고 제도처럼 대표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는 ‘보이스 투 앤디’ 제도가 잘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든지 상관없이 유한익 대표는 메일에 꼭 답장을 해야 합니다. 부서 및 직원끼리 소통을 위한 '티몬 오디오 게시판‘ ’티모니언 오픈톡(익명) 게시판‘ 몬소리 게시판’등 사내 게시판 역시 제안이나 질문에 일주일 안에 빠른 피드백을 주도록 돼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모든 직원이 다 소통하고 모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진 단계에서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족팡매야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리더, 팀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어떤 조합을 택해야 좋은 시너지가 날지 다양한 시도 중입니다. 소통을 위한 제도에 윗사람이 끼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기 때문입니다.
티몬은 현재 과거의 제도들이 왜 시작하게 됐는지 원점으로 돌아가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 좋았던 제도라고 해서 그저 해오던 대로 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덩치가 커졌으니 느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본질적으로 티몬은 어떤 회사여야 하나는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대기업, 패스트 팔로워, 스타트업 등 어떤 기업 모델을 가져갈지, 향후 티몬의 결정이 궁금해집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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