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화이트칼라 아닌 ‘뉴칼라’의 시대…IBM이 원하는 인재상은?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세상이 변할 때는 요구되는 역량도 바뀝니다. 단순히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화이트칼라(전문 사무직)가 아닌 ‘뉴칼라(New Collar)’ 인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혜진 한국IBM 인사 총괄 전무<사진>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IBM은 국내 IT업계의 사관학교로 통한다. 지난 1967년 설립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IBM은 국내 유수 IT 기업의 CEO 및 임원, 교수, 연구원 등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신입사원 공채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한국 경기가 최악이었던 IMF 시기에도 실시했다. 최근에도 한국IBM은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IBM의 직원 채용은 바로 이 ‘뉴칼라’와 맞닿아 있다. 뉴칼라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계급을 뜻한다. 4년제 학위와 같은 스펙과 상관없이 4차산업혁명,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기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지칭한다.
강 전무는 “뉴칼라는 바로 ‘디지털’을 탑재한 사람”이라며 “이에 맞춰 IBM의 인재육성 방향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어학연수 등 경험을 쌓아도 입사 첫날부터 기여하긴 힘들다”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역량을 갖추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IBM은 아예 인재 육성 과정부터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IBM이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해 온 ‘P-테크(tech)’라는 6년제 학교다, 여기에서 P는 ‘새로운 직업경로(pathway)’를 뜻한다. IBM은 ‘뉴칼라’ 인재를 직접 길러 내기 위해 아예 학교를 세웠다. 뉴욕시 교육청, 뉴욕시립대가 공동 설립한 P-테크는 산학협력을 통한 직업 훈련의 모범 사례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언급된 적도 있다.
9학년(한국 기준 중학교 3학년)부터 입학이 가능한 P-테크를 졸업하면 따로 드는 비용 없이 정보기술(IT)관련 분야에서 준학사 학위(2년제 대학 졸업생에게 수여)를 취득할 수 있다. 기업과 지역 전문대, 교육기관 등과 협업을 통해 필요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으며 멘토링 제도, 업무공간에서의 교육, 인턴십, 파트너 회사 채용시 우선 고려 등이 지원된다.
현재 미국 뉴욕·일리노이·코네티컷 등을 비롯해 호주, 모로코 등지에 약 60개의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기준 40여 명의 조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또, 졸업생 중 8명이 현재 IBM에서 일하고 있다.
강 전무는 “P-테크는 교육 현장과 뉴칼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스킬 간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역시 데이터 과학자, 보안 등 특성화된 영역에서 국내 대학들과 커리큘럼을 같이 짜는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BM의 인공지능(인지컴퓨팅) ‘왓슨’은 IBM의 채용 과정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미 미국 본사의 경우, ‘왓슨 리쿠르트먼트’를 통해 인사담당자들의 업무부하를 줄이고, 공정한 기준을 통해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제의 단계부터 개입하고, 대화를 통해 지원자의 성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 지원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합격 여부까지 통지한다. 이 과정에서 IBM 왓슨 성향 분석 서비스(Personality Insights)가 활용되고, 입사 이후에도 직원들의 재교육, 인재 매칭, 커리어 개발 시스템 등이 왓슨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올해 한국IBM의 신입사원 채용에도 왓슨이 활용됐다. 인턴십과 연계한 한국IBM의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인 ‘와일드 블루’를 위해 인사부 직원들은 직접 왓슨을 활용해 챗봇을 만들었다. 마침 IBM은 한국어로 제공되는 8가지 왓슨 API도 발표했다. 이중 챗봇에 활용된 것은 ‘왓슨 컨버세이션(대화) API’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과 연계된 챗봇 ‘와블리(와일드 블루 러블리)’이 탄생했다.
강 전무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 2명과 작년에 뽑은 신입사원 1명이 1달동안 뚝딱뚝딱 챗봇을 만들었다”며 “흥미로운 것은 챗봇을 만든 세명 중에 공대 출신이 1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와블리를 만든 3명의 직원은 각각 영문과와 경영학과, 역사학과 출신이다.
와블리는 채용 기간 동안 자격요건이나 인턴생활, 면접 등 채용과 관련한 지원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고, 이를 학습해 더 똑똑해졌다. 감성적인 부분까지 넣었다. 실제 기자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추가한 와블리에게 ‘사랑해’라고 말하자 와블리는 ‘(심쿵)’이라고 답을 했다.
강 전무는 “만약 와블리가 없었다면 수천통의 문의 전화를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향후 퍼스널 인사이트 같은 다양한 왓슨 서비스를 채용에 접목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이 바뀐다고 회사가 바뀌진 않는다”며 “결국 직원들의 역량 변화가 회사의 변화로 연결되며, IBM은 지난 100년 동안 꾸준히 변화해왔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끌고 있는 인사팀 스스로도 ‘HR의 뉴칼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와블리’처럼 인사부 직원이 채용상담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세상인만큼, 강 전무 스스로도 왓슨 기반의 인재관리솔루션 판매 등의 비즈니스 확대를 컨설팅 사업부와 논의 중이다.
그는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C레벨 고민의 70%는 ‘어떻게 종업원을 재교육시킬까’일 정도로 ‘스킬(역량)’이 중요한 시대”라며 “스킬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이며, 이를 위해선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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