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가까스로 참았다

윤상호
- 주마간산·벌세우기 여전…국회, 국감 반성 및 개선책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가까스로 참았다.” 지난 10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를 마친 후 나온 기업 증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날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마쳤다. 그는 준비를 위해 나온 시간까지 합치면 9시간 가량을 이곳에 있었다. 질문은 몇 번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음료도 없다. 딴 짓을 하거나 졸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일 쉬운 일 아니다. 증인 신청을 두고 그렇게 싸우더니 정작 출석한 증인한테 질문을 안 한다.

현 국정감사는 87년 체제의 연장선에 있다. 박정희 시대 폐지됐던 것을 직선제 개헌과 부활했다. 그러다보니 시기와 기한을 특정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국감만의 특징이다. 피감기관은 많은데 기한은 짧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 질의가 오가는 이유다. 지난 30일 과방위 국감도 그랬다. 네이버 기사조작 문제를 질타했지만 책임을 져야 할 네이버 대표이사가 누군지 이름도 모르는가 하면 해외 포털사이트는 기사 논란이 없다고 다그치다 미 대선 과정의 페이스북 논란을 얘기하자 말꼬리를 돌리는 등 다른 사람이 오히려 민망한 상황이 빈번했다.

준비가 부족한 국회의원은 대게 대답이 맘에 들지 않으면 국민의 대표를 우습게 본다고 호통을 친다. 국민의 대표로 나온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했던 당리당략에 의해 했던 질문만 계속한다. 30일 국감에서 한국당은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네이버의 뉴스 편집 원칙과 개선 방안에 대해 따지는데 질문기회 대부분을 할애했다.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반영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국감은 과기정통부 종합감사다. 우리나라 과학과 정보통신(IT)분야 현안은 네이버 뉴스가 전부가 아니다. 국민으로 포장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압력 부탁 청탁으로 이날을 보낸 셈이다. 나머지 증인은 들러리다. 생각의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있었다.

기업 증인의 불출석과 불성실을 얘기하기 전 지금의 국감이 과연 정상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의 기사 배치를 문제 삼은 한국당은 지난 10년 동안 세금으로 댓글부대를 운영,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그 집권당이다. 반성 없는 지적은 공허하다. 국민도 그 모습 가까스로 참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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