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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API 시대②] 알리바바가 유럽 금융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이상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금융권을 휘두르는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디지털 뱅킹 혁신은 대형 시중은행을 비롯해 증권, 카드, 보험 등 전 금융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T분야의 전문가가 금융사에 대거 영입되는 것도 디지털 혁신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은 결과적으로 오픈 뱅킹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단계다. 오픈 뱅킹은 금융거래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더 이상 금융사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 오픈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오픈뱅킹에 대한 준비 상황과 시사점 등을 지속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해 초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영국에 전자화폐 업무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영국을 기반으로 유럽 은행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은행이 보유한 개인의 금융데이터를 고객이 지정한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PSD2 API’ 시행을 노린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럽연합(EU) 은행들은 2018년 1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규정한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 ‘PSD2 API’ 시행을 앞두고 있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EU가 PSD2 시행에 나선 이유에 대해 “금융소비자는 은행에 계좌를 만들면 그 은행에 록인(Lock-In)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 은행이 좋아서 오래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 불편해서 그렇다. 이처럼 특정 은행에 고객이 묶여 있는 것은 금융 리스크를 증폭시키기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에 집중돼있는 계좌 정보 등을 풀어서 금융 서비스 공급자를 다수로 만들어야 한다. PSD2는 금융서비스 공급선을 다양화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2015년 말 저장왕상은행(마이뱅크)이라는 인터넷은행을 중국에서 출범시킨 바 있다. 마이뱅크는 전자상거래 기업 전용대출 서비스 ‘왕상다이’를 출시해 시장에 안착했다. 2016년말 기준 총자산규모는 615억위안(약 10조원), 순이익은 3억1600만위안(약 549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시장 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시장에서 거둔 성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알리바바가 진검승부를 건 곳이 바로 유럽(EU) 시장이다.

‘타오바오’, ‘텐마오’ 등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기반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여 왔던 알리바바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오픈 API 시장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의 PSD2는 기본적으로 전자금융거래가 은행 외의 유통, 제조, 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PSD2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금융사 단일 데이터 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의 데이터를 융합하고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알리바바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오픈API는 결과적으로 금융 서드파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커머스, 텔레콤과 같은 외부의 고객 네트웍과 제휴 및 공유를 통해 뱅킹업무와 타비즈니스와 연계 등 수단을 먼저 갖추는 곳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점이 은행들이 빠르게 오픈 API의 적극적인 활용과 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전자상거래와 뱅킹이 만나서 산업육성을 견인해야 하지만 아직도 금융의 변화속도는 너무 늦다.

가트너는 지난 8월 ‘PSD2의 6 단계–유럽 및 그 이후의 디지털 뱅킹 보고서’를 통해 “알리바바와 텐센트같은 대기업의 은행 비즈니스 진출이 은행권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데이터 분석, 인공 지능 및 기계 학습과 관련해 그들이 지니고 있는 막대한 역량이 실제 위협”이라며 “이들은 데이터 전문가다. 이것은 PSD2 시장에서 은행에 대한 주요한 위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PSD2 등 오픈 API로 파생되는 시장은 금융 서비스를 누가 은행보다 편하고 최적화해 제공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 역량과 최신 IT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편의성 확보다.

가트너는 “성공적인 은행은 데이터 관리 전문가가 아닌 고객 데이터 전문가로 변모하는 방법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도 디지털 전문인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도 단순히 은행, 증권, 카드 등 각 업권의 디지털 분석 역량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사를 포함한 전 산업권의 데이터를 분석, 적용하려는 목적이 크다.

전자상거래, 유통 등 전 산업권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취사선택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결합하면 무수한 파생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신규 서비스 개발 뿐만 아니라 단순한 데이터 가공자로서의 비즈니스 가치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은행 입장에선 고유의 사업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오픈 API로 활성화되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시대에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구도를 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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