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텔은 변하지 않았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인텔이 AMD와 협력해 ‘코어H 프로세서’라는 제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서로 맞수(?)인 업체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합한 제품을 내놨다는 것에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텔과 AMD를 라이벌이라 부르기에는 덩치 차이가 너무 크다. 공식적으로 한 말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인텔 관계자가 “AMD에 비해 충분히 앞서고 있으므로 성능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해가 된다.
더구나 AMD는 인텔에게 라이선스를 얻어 x86 호환 CPU를 만들었기 때문에 양사는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묶인 우호적인 관계였다. 물론 1980년대 PC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라이선스 문제로 소송이 번지며 감정이 쌓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다자구도도 아니고 사실상 둘 밖에 없는 x86 CPU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협력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칩 안에 내장한 것도 아니고 패키지로 묶은 제품인데다가 인텔 CPU에 AMD나 엔비디아 GPU 조합이 찾아보기 어렵지도 않아서다. 그저 인텔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에 AMD가 있을 뿐이다. 흔하디흔한 협력사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인텔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런 배경보다는 특히 이번 코어H 프로세서의 설계 사상을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CPU 중심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CPU를 거쳐야 하며, CPU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컴퓨팅 진화의 촉매제라고 여겨왔다. 이런 와중에 3D 그래픽이 주목받으며 등장한 GPU는 CPU의 주특기인 정수(整数)연산이 아니라 실수(實數)연산에 최적화됐다는 점은 인텔에게 있어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GPU의 사상(GPU 개념은 엔비디아가 만들었다)을 부정하기보다 어디까지나 CPU의 보조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니 엔비디아가 GPU로 인공지능(AI)은 물론 자율주행차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오죽하면 대항마로 내놓은 ‘제온 파이’와 같은 제품도 수많은 CPU를 집적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코어H 프로세서는 GPU를 CPU와 함께 패키징 했고 고대역폭 메모리2(High Bandwidth Memory, HBM2)까지 박았다. 이미 CPU에 과거 분리되어 있던 메모리 컨트롤러가 내장되어 있는 상태이니, D램과 낸드플래시만 곁들이면 완벽한 PC 구성이 갖춰지게 된다. 메인보드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더 작으면서 두께가 얇은 노트북 제작이 가능해진다.
최근 스마트폰 덩치가 커지고 있고 성능이 일취월장해졌다는 점, 반대로 PC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모빌리티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 그리고 ARM 계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재(OS)를 얹으려는 시도(퀄컴 스냅드래곤 835)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시점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기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인텔이 AMD가 만든 GPU를 끌어들인 것은 CPU 중심의 컴퓨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요소를 CPU에 통합시키려는 시도를 할 것이 분명하다. S램, 코프로세서, 메모리 컨트롤러, GPU가 그랬다. 다른 방향에서 인텔을 위협하고 있는 애플,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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