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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없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왜 환영받지 못할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제2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24일 오후 서울 중앙우체국서 진행된다.

협의회의 실질적 논의가 될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의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이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 도입을 우선 다뤄야 할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해관계자, 즉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 유통업계, 알뜰폰 사업자 등으로부터 환영받는 정책들은 아니다. 심지어 정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차 도입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단말기 유통은 이통사 유통점을 통해 이뤄진다. 물론, 소비자는 제조사로부터, 또는 중고폰 등 단말기만 구매해 서비스에 가입할 수도 있다. 이를 자급제라 칭하는데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완전', 즉 이통사들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동통신 유통업계에게는 그야말로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그동안 이통사로부터 받아왔던 수수료, 인센티브 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는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완전자급제라는 말 대신 강제 자급제로 표현을 하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이익인 것 같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유통시장에서의 지배력, 단말기 매출, 경쟁의 유효한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적극 찬성하기 어려운 주제다.

정치권, 일부 시민단체는 이통사와 제조사간 단말기 카르텔을 때면 양쪽에서 경쟁이 나타나 이용자에게 더 많은 편익이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는 서비스, 요금경쟁을, 단말 제조사간 경쟁으로 요금, 단말기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단말기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 점유율이 63%로 경쟁사를 압도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가격경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이통시장 역시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적극적인 요금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그동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통해 어렵게 마련한 선택약정할인 25%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책정된다.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면 지원금을 줄 수 없게 되고 요금할인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제조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이 61%다. 중국 72%, 미국 39%, 영국 26% 이다. 반면 한국은 8%에 불과하다. 자급제만 100%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이번 협의회에 참석하는 이해관계자, 시민단체, 정부 등은 자급제를 통한 단말기 유통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법을 통해 100%로 강제하자는 것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자급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25% 요금할인 문제 등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와 대리점 유통점, 소비자들 모두 윈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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