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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FCC 망중립성 폐기…미국에선 태풍·한국은 미풍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예상대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FCC는 14일(현지시각) 진행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 폐기 표결에서 아짓파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 3대2로 폐기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차단·지연금지를 골자로 2015년 7월 버락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망중립성 원칙은 사라지게 됐다. 규제관할권도 FCC가 아닌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맡게 된다. FCC는 사후규제만 담당하게 된다.

이번 FCC 결정은 통신사(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에 대한 법적 분류체계를 공공서비스(common carrier)에서 정보서비스로 변경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망중립성 이슈가 발생한지는 10여년이 넘었다. 2005년 메디슨리버커뮤니케이션즈(Madison River Communications)라는 소규모 ISP가 인터넷전화 사업자인 보니지(Vonage)의 트래픽을 차단한 것을 시작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차별금지, 투명성 확보 등을 담은 오픈인터넷룰(Open Internet Rule)이 만들어지게 됐다. 하지만 ISP들은 정보서비스로 분류돼 실질적으로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정보서비스로 분류돼 있는 ISP를 공공 영역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2년여만에 다시 정보서비스로 변경시킨 것이 핵심이다.

AT&T 웃고 구글 울고=이번 결정으로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인터넷 트래픽을 대량으로 유발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상당히 커지게 됐다.

반면, AT&T 컴캐스트 등 ISP들은 트래픽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향후 CP들과의 망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 ISP들은 CP들과 트래픽 통제, 또는 제로레이팅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 ISP들은 FCC와의 몇차례 소송전에서 승리하기도 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차단금지, 지연금지, 추가대가 트래픽 우선처리 금지 등의 규제가 해소됨에 따라 ISP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수익성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늘어나는 트래픽, 통신사 투자를 끌어내라=물론, FCC가 단순히 ISP 편의를 봐주기 위해 망중립성을 폐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FCC는 과거 정보서비스로 분류됐을때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이 더 뛰어났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학적 이론, 실증분석 결과, 시장관찰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정보서비스로의 규제가 공공정책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ISP들의 투자확대는 FCC의 큰 고민이었다. FCC는 통신법상 타이틀2(정보서비스) 규제가 너무 엄격하고 규제비용이 과다해 ISP들의 네트워크 투자 의지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보았다. 엄격한 규제를 풀어줄테니 투자를 화끈하게 해달라는 것이 FCC의 속내인 것이다.

하지만 ISP들의 투자비용이 CP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처럼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소송 불가피에 의회 변수도…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2년여만에 판이 바뀌게 됐지만 새로운 원칙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안은 연방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이전에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많은 시민단체들이 망중립성 폐기 반대 시위를 펼쳐왔고 야당, 넷플릭스 등 인터넷 기업들이 소송을 예고해 향후 법적 다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내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누가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여부도 법안의 생존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세력이 커진다면 아짓파이 위원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한국 ICT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행정부의 입장이다.

세계 인터넷 시장을 리딩하는 미국이지만 이번 정책을 다른 나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구글, 넷플릭스 등 자국 인터넷 사업자들이 해외에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트럼프 정부가 우리에 망중립성 원칙 폐기나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은 없다"며 "자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불리한 짓을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망중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통신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상에 더 많은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나 전체 산업 측면에서 이득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찌됐든 현 행정부 체제하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약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쟁정책 과장은 "미국의 경우 글로벌 트랜드가 아니고 정부 교체에 따라 새롭게 변화되는 시도"라며 "당장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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