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클라우드 블랙홀 ‘아마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IT컨퍼런스 중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어디일까. 단언하건대, 최근 수년 간 가장 참석율이 높은 IT 관련 행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일 것이다.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이기도 하면서, 컨퍼런스가 개발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8일 올해 들어 처음 열린 ‘AWS 클라우드 2018’ 역시 앞서 열렸던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많은 사람들로 행사장은 발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심지어 5개로 구성됐던 세션의 마지막 시간까지 참석자들은 자리를 지켰다.
무엇이 그들을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행사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렸던 연례 행사 ‘AWS 리인벤트’를 한국에서 다시 한번 전달하는 자리다. 당시 발표됐던 주요 서비스와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이미 발표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공부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미 입구부터 행사장 곳곳에 AWS가 제공하는 다양한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채워져 있었다.
예를 들어 입장 시 ‘인공지능 게이트’라는 출입구가 만들어져 있다. 행사에 등록한 참석자가 등록대에서 이름을 말하는 대신, 행사장에 마련된 카메라에 얼굴을 촬영하면 ‘아마존 레고그니션’이라는 이미지 인식기술을 통해 쉽게 입장이 가능하다.
또, 카메라에 본인의 사진을 찍으면 AI로 감정을 인식한다거나, 자신의 신년 별자리 운세를 아마존 폴리를 통해 음성으로 들려주는 식의 생활밀착형 활용 사례를 곳곳에 배치했다.
개인적으로 세션 가운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AI 적용사례에 관심이 컸다. 국내 언론사 중에서 조선일보가 처음으로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를 이용해 뉴스 읽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WS은 텍스트를 실제 사람 목소리처럼 음성으로 들려주는 ‘아마존 폴리’에 한국어 읽기를 지난해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기존에 직접 아나운서가 녹음한 뉴스 읽기 서비스를 해오고 있었는데, 지난해 ‘서연’이라는 한국어 여성 음성이 추가되면서 현재 이를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아마존 에코를 사용하면서 ‘알렉사, 뉴스를 읽어줘’라고 얘기하면 조선일보 기사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관계자가 “솔직히 기술도 우리가 많이 따라잡았고, 오히려 기술 지원 측면에선 24시간 전화응대까지 해주는데 다들 아마존, 아마존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바 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발자들이 클라우드 업체에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비단 컨퍼런스나 세미나 같은 행사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커뮤니티 활동 역시 AWS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에 개발된 AWS 사용자 모임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질문과 댓글이 달린다.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 및 기능을 통해 개발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이 올린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다른 개발자들끼리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AWS의 성장 동력이다. 실제 AWS는 “경쟁사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은 90% 이상이 고객 피드백(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즉 실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발자를 중심에 놓지 않는다면 AWS과 같은 클라우드 기업의 블랙홀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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